저녁 뉴스에서 김장철 얘기가 나왔어요. 배추가 출하되기 시작했고, 올해는 김장을 줄이거나 사 먹는 집이 늘었다는 내용이었지요.
뉴스가 끝나자마자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올해 김장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올해는 줄여서 조금만 할 거라고요. 허리도 예전 같지 않고, 사람도 줄었으니까요. 저는 잘 생각하셨다고 했지요. 그런데 곧바로 덧붙이셨어요. 근데 너 거는 따로 한 통 담을게. 그 말에 웃음이 났네요.
김장 날은 늘 북적였어요.
이모들이 다 모여서 마당에 배추를 쌓아놓고 절였지요. 저는 옆에서 속 넣은 배추 한 잎을 받아먹는 게 일이었고요. 수육이 삶아지는 냄새가 집 안 가득했어요. 그 냄새가 아직도 기억나네요.
김장은 김치를 담그는 일이기 전에, 흩어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이었다.
뉴스에서는 사 먹는 집이 늘었다고 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혼자 살면서 김치를 사 먹은 적이 많아요. 엄마 김치가 떨어지면 마트에서 작은 통을 샀지요. 김장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 같아요. 다만 그 북적이던 날도 같이 줄어드는 게 조금 아쉽네요.
며칠 뒤에는 이모한테서도 연락이 왔어요.
올해 김장할 때 와서 손 좀 보태라고요. 예전처럼 크게는 안 하지만 그래도 모이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꼭 가겠다고 했어요. 받아먹기만 하던 제가 이번엔 고무장갑을 끼게 됐네요.
엄마는 해마다 줄인다고 하시면서도 제 몫은 꼭 따로 담으세요.
그 한 통이 제 냉장고에 들어오면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김치를 꺼낼 때마다 엄마 손이 생각나지요.
김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줄인다는 김장 속에도 꼭 한 통씩 따로 남겨두는 마음이 있더라고요. 올해는 그 김장 날 손이라도 보태러 가보셔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