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섰어요.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이었지요.
정류장에 아이들이 여럿 있었어요. 다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었고요.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네요.
벤치에 초등학생 하나가 앉아 있었어요.
무릎 위에 문제집을 펴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지요. 그러다 학원 버스 경적 소리에 놀라 깼어요. 문제집을 가방에 급히 넣고 뛰어갔고요. 그 작은 어깨가 버스 안으로 사라지는 걸 한참 봤네요.
얼마 전 뉴스에서 아이들 학원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는 얘기를 봤어요.
밤늦게까지 학원을 몇 군데씩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고요.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접 보니 마음이 달랐어요. 저도 야근하고 지쳐 있었는데 저 아이들은 저보다 훨씬 어리잖아요.
밤 열 시 정류장의 작은 어깨들도, 각자의 무거운 하루를 메고 있다.
제 어릴 때를 떠올려봤어요.
저도 학원을 다니긴 했지만 이렇게 늦게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녁이면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밥을 먹었지요.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서 빗소리를 들었고요. 그 아이들에게도 그런 저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 아이들 사정을 다 알지 못해요.
부모님도 아이를 위해 고민 끝에 정하셨겠지요. 아이들도 각자 이유가 있을 거고요. 그걸 제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어요. 다만 그 졸린 얼굴이 마음에 오래 남았을 뿐이에요.
제가 탄 버스에도 학원 가방을 멘 중학생 둘이 탔어요.
둘이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창밖을 보고 있었지요. 피곤해 보였지만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조금 위로가 됐어요.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네요.
밤 열 시 정류장의 작은 어깨들도 각자의 하루를 버티는 중이겠지요.
그 곁을 지날 때 잠깐 마음으로 수고했다고 말해줘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