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 문을 누가 두드렸어. 일 학년 후배였어.
주식 동아리 들어오고 싶대. 가입 신청서를 들고 왔더라.
다들 반가워했어. 새 방 옮기고 첫 신입이니까. 불나방은 벌써 의자를 빼주고 있었어.
불나방 어서 와! 여기 앉아.
근데 나는 좀 망설여졌어. 반가운데 걱정도 됐어.
우리 방은 주식 잘하는 애들이 모인 데가 아니잖아. 물리고 버티고 한숨 쉬는 애들이 모인 데야.
후배가 뭘 기대하고 왔는지 몰라서. 주식 잘하는 법 배우러 왔으면 실망할 텐데.
그리고 혹시 우리 보고 주식을 시작하면 어떡하나 싶었어.
그래서 후배 신청서를 먼저 읽어봤어. '들어오고 싶은 이유' 칸.
거기 이렇게 적혀 있더라.
"여기 언니 오빠들이 같이 앉아 있는 게 좋아 보여서."
주식 얘기는 하나도 없었어. 그거 읽고 좀 멍해졌어.
칼손 우리가 같이 앉아 있는 게 좋아 보였대.
후배한테 물어봤어. 언제 우리를 봤냐고.
새 건물 삼 층 복도 지나가다가 문이 열려 있어서 봤대. 넷이 소파에 붙어 앉아서 담요 하나 덮고 있는 거.
그게 너무 따뜻해 보였대. 자기는 반에서 좀 겉도는데 저런 데 있고 싶었대.
그 말 듣고 다들 조용해졌어. 우리는 그냥 버티고 있었던 건데, 밖에서 보기엔 그게 따뜻해 보였던 거야.
그래서 말리지 않기로 했어. 대신 하나만 말해줬어.
여긴 주식 배우는 데가 아니라고. 종목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는 부장이 있다고. 주식은 안 해도 된다고.
후배가 웃더니 그러더라. 그래서 더 좋대.
돌부처 소파 자리 하나 더 있어.
돌부처가 소파 끝을 툭툭 쳤어. 후배가 거기 앉았어. 소파가 좀 좁아졌어. 근데 그게 좋더라.
너도 누가 뭔가 시작하려고 할 때 말려야 하나 고민되면 먼저 이유를 물어봐. 생각이랑 다를 수도 있거든.
옆자리를 찾아온 거면 그냥 자리를 내줘. 새 동아리방 소파는 다섯 명도 앉을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