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신입 후배와 같이 밥을 먹었어요. 첫날 같이 먹자고 했던 그 후배지요.
밥을 먹다가 후배가 갑자기 말했어요. 저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숟가락을 든 채로 굳어버렸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저는 아니라고 손을 저었어요.
나는 그냥 평범하다고, 실수도 많이 한다고요. 그런데 후배는 진지했지요. 첫날 먼저 말 걸어준 것, 모르는 걸 물어보기 전에 알려준 것이 고마웠대요.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요.
그날 저녁 거울 앞에 섰어요.
제 어디가 그렇게 보였을까 한참 들여다봤지요. 그날따라 머리가 유난히 부스스했어요. 눈 밑도 피곤해 보였고요. 이런 사람을 닮고 싶다니 조금 웃음이 났네요.
과분한 말이 어색한 건, 내가 나를 남보다 더 엄격한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저는 제 실수만 기억하고 있었어요.
놓친 일, 혼난 날, 꼬였던 발표 같은 거요. 그런데 후배는 제가 잊고 있던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지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친절들이요. 남의 눈에 비친 제가 제 생각보다 조금 나았던 거군요.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롤모델이라는 말이 너무 커서요. 그 기대를 실망시키면 어쩌나 싶었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후배는 완벽한 사람을 닮고 싶은 게 아니었어요. 먼저 말 걸어준 사람을 닮고 싶은 거였지요. 그건 저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었네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눈에 비친 나는 내가 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대요.
그 말이 이번엔 좋은 쪽으로 들렸어요. 후배 눈에 비친 저도 저의 한 모습이겠지요.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다음 달이면 팀이 바뀌어 후배와 자리가 멀어져요.
그 얘기를 했더니 후배가 점심은 계속 같이 먹자고 했지요. 저는 그러자고 했어요. 롤모델은 자신 없지만 점심 친구는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과분한 말이 어색한 건 내가 나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 나를 좋게 봐준다면 오늘은 그 눈을 조금 믿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