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은 원래 시끄러운 애거든. 근데 유독 농담이 많은 날이 있더라.
들어오자마자 개그 하나, 앉으면서 하나, 과자 뜯으면서 또 하나.
처음엔 기분 좋은 날인 줄 알았어. 근데 몇 번 보니까 반대였어. 안 좋은 날일수록 농담이 많아지는 거야.
불나방 오늘 내 계좌가 개그 프로야. 다들 웃어.
하나 알게 된 게 있어. 불나방이 농담하면 다들 웃잖아. 근데 걔 웃음이 제일 먼저 끝나더라.
다들 아직 킥킥대고 있는데 걔는 벌써 웃음이 없어. 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 일 초가 진짜 얼굴인 거야. 농담은 그 얼굴을 가리는 커튼이고.
그걸 알고 나니까 걔 농담이 좀 다르게 들리더라.
한번은 둘만 남았을 때 물어봤거든. 안 좋은 날 왜 더 웃기냐고.
걔가 좀 놀란 얼굴을 하더니 그러더라. 자기가 안 웃기면 방이 가라앉을 것 같대.
자기가 우울해하면 다들 따라 우울해질 것 같아서 먼저 웃기는 거래. 그게 자기 역할이래.
그 말 듣고 좀 미안했어. 우리가 걔한테 그 역할을 떠넘긴 건 아닌가 싶어서.
칼손 나는 그냥 걔가 늘 괜찮은 줄 알았어.
생각해보면 방마다 웃기는 애가 하나씩 있잖아. 근데 그 애가 안 좋은 날엔 누가 웃겨주냐.
아무도 없는 거야. 다들 그 애가 웃겨주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웃기는 애가 제일 외로울 수도 있는 거라니까. 자기 차례가 영영 안 오니까.
그래서 그다음 안 좋은 날에 내가 먼저 말했어. 오늘은 안 웃겨도 된다고.
불나방이 멍하니 쳐다보더라. 그러더니 진짜 조용히 앉아 있었어. 처음 봤어, 걔가 그렇게 조용한 거.
대신 돌부처가 농담을 했어. 엄청 재미없는 거. 근데 그게 너무 재미없어서 불나방이 웃더라. 진짜 웃음으로.
돌부처 내 개그 원래 재미없어.
너도 힘든 날 일부러 더 웃기고 있으면 하루쯤은 안 웃겨도 돼. 네가 안 웃겨도 방은 안 무너지거든.
웃기는 애도 쉬어야 한다니까. 동아리방에선 재미없는 개그 해줄 애가 따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