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라디오를 켜뒀는데 뉴스가 나왔어요. 방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사람들과 거의 연락 없이 지내는 청년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지요.
설거지를 하다가 손을 멈췄어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거든요.
사촌 동생이었어요.
어릴 땐 명절마다 같이 놀던 사이였는데, 몇 해 전부터 명절에도 잘 안 보였지요. 고모는 그냥 바쁘다고만 하셨고요. 메신저 프로필을 열어보니 몇 해째 같은 사진이 걸려 있었어요. 어느 방 창문에서 찍은 흐린 하늘 사진이었네요.
뉴스에서는 조사 결과와 지원 제도 얘기가 이어졌어요.
저는 그 숫자가 얼마나 정확한지 잘 몰라요. 다만 그 숫자 안에 누군가의 방이 하나씩 있다는 건 알 것 같았지요. 문이 닫힌 방들이요. 그리고 그 방문 밖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가족들도요.
닫힌 방 하나에는, 문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도 하나씩 있다.
사실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길진 않았지만 몇 달 동안 사람을 거의 안 만났지요. 연락이 오면 괜히 나중에 답하자고 미뤘고요. 나가기 싫은 게 아니라 나갈 힘이 안 나는 거였어요. 그때 누가 억지로 끌어냈다면 오히려 더 숨었을 것 같네요.
그 시기에 저를 조금 움직인 건 친구의 짧은 메시지였어요.
답 안 해도 된다고, 그냥 생각나서 보낸다고요. 그 뒤로도 가끔 그런 메시지가 왔지요.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안부였어요. 그게 문을 두드리지만 열라고 재촉하지 않는 소리 같았더라고요.
그날 밤 사촌 동생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어요.
프로필 사진 하늘이 예쁘다고, 그냥 생각나서 보낸다고요. 답은 다음 날 오후에 왔어요. 고맙다는 짧은 말이었지요. 그 짧은 답이 생각보다 반가웠네요.
방 안에 있는 사람을 제가 꺼낼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문 밖에서 가끔 두드리는 소리 하나쯤은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열라고 재촉하지 않는 소리요. 만약 지금 방 안에 계신다면, 혼자서 견디기 어려울 땐 주변이나 상담 창구에 도움을 받으셔도 괜찮아요. 그 소리가 닿는 날이 언젠가 오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