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화난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을 때가 있거든. 말은 평소처럼 하는데 뭔가 다른 거.
이럴 때가 제일 애매하더라. 아닌데 괜히 물었다가 없던 일을 만들 수도 있잖아.
몇 번 겪고 나서 보니까 표시가 있더라. 말이 오히려 더 친절해지거든.
평소에 툭툭 던지던 애가 갑자기 말끝을 다 붙이면 그게 신호야. 그리고 답장만 느려진다니까.
화난 애는 말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속도를 바꾸더라. 이거 알고 나서 꽤 정확해졌어.
칼손 저는 답장 안 하는 걸로 티 내요.
예전에는 그냥 물어봤거든. 너 화났냐고.
그러면 백이면 백 아니라고 하더라. 그리고 그때부터 진짜로 화가 나는 거다.
물어보는 순간 그 애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야 되잖아. 화났다고 하면 쪼잔한 게 되고 아니라고 하면 없던 일이 되는 거라니까.
나중에 알았는데 화났냐고 묻는 건 확인이 아니더라. 정하라고 떠넘기는 거였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찾기 싫으니까 상대한테 물어보는 거잖아. 그거 좀 비겁한 거라니까.
그 말 듣고 나는 좀 찔렸어. 진짜 그러고 있었거든.
돌부처 물어보면 답이 없지.
지금은 이렇게 하거든. 화났냐고 안 묻고 아까 그 얘기를 다시 꺼내.
아까 내가 그렇게 말한 거 좀 그랬지, 이렇게 먼저 말하는 거다. 그러면 그 애가 그거였다고 하든가 아니라고 하든가 대답이 나오잖아.
내가 먼저 짚으면 그 애는 고르기만 하면 되는 거라니까. 이게 훨씬 낫더라.
동아리방에서도 애가 이상하면 이렇게 하거든. 무슨 일이냐고 안 묻고 내가 짚이는 걸 먼저 말해.
어제 내가 그 말 한 거 좀 그랬냐고 물으면 대답이 나오더라. 그냥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아무 대답도 안 나오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남 마음은 못 맞히거든. 근데 내가 한 말은 기억할 수 있잖아. 그거부터 꺼내면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