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앞집 아주머니께 뭘 하나 전해드릴 일이 있었네요. 문 앞에서 드리고 가려는데 들어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몇 년 동안 인사만 하던 사이였어요.
들어오라고 하시면서도 문은 반쯤이었어요.
저도 그 앞에서 잠깐 멈췄고요. 들어가면 자리가 길어지고, 안 들어가면 거절이 되는 거지요. 그 몇 초를 서로 재고 있었던 셈이군요.
문을 여는 쪽도 들어서는 쪽도 같은 것을 잰다. 이 자리가 그만큼 가까워도 되는지를.
결국 들어가서 잠깐 앉았어요.
차를 내주셨고 십 분쯤 얘기했는걸요. 대단한 얘기는 아니었고요. 동네 얘기랑 날씨 얘기였고요. 복도에서 하던 얘기랑 다를 게 없었는데 앉아서 하니까 다르더라고요.
몇 년 동안 인사만 했다고 아무것도 없었던 건 아니었네요.
그 인사들이 쌓여서 그날 문이 반쯤 열린 거겠지요. 처음 이사 왔을 때였으면 이런 말씀을 안 하셨겠지요. 시간이 한 일이 있는 겁니다.
십 분쯤 있다가 일어났어요.
더 있으면 부담이 될 것 같아서요. 첫 자리는 짧은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아주머니도 잡지 않으셨고요. 그것도 서로 아는 거리겠지요.
그 뒤로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가 조금 길어졌네요.
한마디가 두세 마디가 되고요. 십 분 앉았던 게 그다음을 바꾼 셈이네요.
반대로 제가 들어오시라고 한 적은 아직 없어요.
집이 어떻고 차를 뭘 내야 하고를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요. 아주머니는 그런 걸 안 재고 그냥 여신 거고요. 그 차이가 뭔지는 알겠는데 따라 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한 번 해보려고요.
들어오라는 말은 그동안의 인사가 쌓여야 나오는 말인걸요.
그러니 그 말을 들으셨다면 그건 갑자기 온 게 아닙니다. 오늘 누가 들어오라고 하셨다면, 십 분만 앉았다 나오셔도 충분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