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 모임에 나갔어요. 몇 년 만에 모인 자리였지요.
자연스럽게 한 명씩 근황을 말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누구는 승진을 했고, 누구는 집을 샀고, 누구는 해외 지사로 간대요. 제 차례가 다가올수록 저는 점점 작아졌네요.
결국 차례가 오기 직전에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거울 앞에서 손을 씻으며 무슨 말을 할지 고민했지요. 회사 그대로 다녀, 그냥 그래.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자리로 돌아오니 대화는 이미 다른 얘기로 넘어가 있었어요. 안도하면서도 조금 비참했네요.
그 감정이 열등감이라는 걸 알았어요.
평소엔 제 삶에 크게 불만이 없었거든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있는 저녁이 좋고, 작은 일상에 만족하며 살았지요. 그런데 남들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제 삶이 초라해 보였어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사람처럼요.
열등감은 내 삶이 작아서가 아니라, 남의 가장 큰 순간과 나란히 놓았을 때 생긴다.
쇼펜하우어는 남과 견주는 데서 불행이 많이 생긴다고 했대요.
내가 가진 것을 남이 가진 것에 비춰 보면 늘 모자라 보인다고요. 그날 제가 딱 그랬어요. 동창들의 반짝이는 한 줄과 제 평범한 하루를 나란히 놓고 있었지요.
모임이 끝나고 같은 방향인 친구와 걸었어요.
그 친구가 갑자기 털어놓더라고요. 승진은 했는데 요즘 너무 지쳐서 매일 그만두고 싶다고요. 근황 말할 때는 좋은 얘기만 했다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반짝이던 한 줄 뒤에도 각자의 흐린 날이 있었구나 싶었어요.
집에 와서 창가에 앉아 차를 마셨어요.
그제야 제 하루가 다시 제 크기로 돌아오더라고요. 남과 견주지 않으면 이 저녁은 꽤 괜찮은 저녁이었지요. 다음 모임에선 그냥 솔직하게 말해보려고요. 별일 없이 잘 지낸다고요.
열등감이 드는 건 나도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정직하게 드러난 거겠지요.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조용히 안아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