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였어요. 동료 한 명이 웃으면서 말했지요. 너는 너무 진지해서 재미없어.
다들 웃었고 저도 같이 웃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양치를 하다 그 말이 떠올랐어요. 칫솔을 문 채로 한참 거울을 봤네요.
그 동료가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분위기를 띄우려고 던진 농담이었지요. 다른 사람들도 다 웃고 넘겼고요. 그런데 저만 그 말이 마음에 걸려 있었어요. 그게 더 속상하더라고요. 별것도 아닌 걸로 혼자 이러고 있나 싶어서요.
생각해보니 그 말이 제가 원래 신경 쓰던 데를 건드렸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말수가 적고 농담을 잘 못하거든요. 그게 은근히 콤플렉스였어요. 그러니 그 농담이 그냥 농담으로 안 들렸던 거겠지요. 아픈 데를 정확히 찔린 거였군요.
농담이 오래 남는 건, 그 말이 내가 이미 아파하던 자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예민하다는 말을 듣기도 해요.
농담인데 왜 그렇게 받아들이냐고요. 그 말을 들으면 더 움츠러들지요. 상처받은 것도 모자라 상처받은 걸 숨겨야 하니까요. 그래서 대개는 그냥 웃고 넘기고 혼자 곱씹어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말 한마디에 너무 흔들리지 말라고 했대요.
남의 머릿속에 있는 나는 내가 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요. 그 동료에게 저는 그냥 조금 진지한 사람일 뿐이겠지요. 그게 저의 전부는 아니고요.
다음 날 아침 그 동료가 커피를 사다 줬어요.
어제 너무 놀린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요. 저는 괜찮다고 했지요. 사실 괜찮지 않았는데, 그 사과를 듣고 나니 정말 괜찮아지더라고요. 그 동료도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에요.
농담에 마음이 걸리는 건 말을 가볍게 넘기지 못할 만큼 섬세해서겠지요.
그 섬세함을 고칠 흠으로만 보지 않으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