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했어요. 입술도 자꾸 텄지요.
방이 건조해진 거였어요. 베란다 창고에서 가습기를 꺼냈어요. 지난봄에 넣어둔 뒤로 처음이었네요. 깨끗이 씻어 물을 채우고 침대 옆에 두었어요.
스위치를 누르니 하얀 김이 피어올랐어요.
천천히, 조용히요. 가습기 돌아가는 소리가 작게 났지요. 방 안 공기가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어요. 그 김을 한참 보고 있었네요.
불을 끄고 스탠드만 켜뒀어요.
스탠드 불빛에 하얀 김이 비쳤지요. 방 한쪽에 작은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어요. 그걸 보는데 비 오는 날 창밖 같았어요. 겨울엔 비가 덜 오니까 그 풍경이 그리웠던 걸까요. 방 안에 작은 흐린 날이 생긴 것 같았네요.
건조한 밤에 피어오르는 김 한 줄기는, 방 안에 작은 비를 내려준다.
다음 날 아침엔 목이 덜 칼칼했어요.
입술도 덜 텄고요. 작은 기계 하나가 밤새 방을 촉촉하게 해준 거지요.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말없이 밤새 일한 가습기에게요.
생각해보면 마음도 건조해질 때가 있어요.
바쁘고 지친 날이 이어지면 마음이 바싹 마르지요. 작은 일에도 쉽게 갈라지고요. 그럴 때 마음에도 가습기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천천히 김을 피워 촉촉하게 해주는 무언가요.
저한테는 그게 창가의 시간인 것 같아요.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요. 그 시간이 메마른 마음에 조용히 물기를 더해주지요. 겨울이 오면 그 시간을 더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쇼펜하우어는 무언가를 그냥 바라볼 때 잠깐 마음이 쉰다고 했대요.
스탠드 불빛 속 하얀 김을 보던 그 몇 분이 딱 그랬어요. 아무 생각 없이 그 김만 보고 있었으니까 그랬겠지요.
건조한 밤에 피어오르는 김 한 줄기도 방 안의 작은 비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밤 마음이 메마르면 촉촉한 무언가 하나를 켜둬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