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그거 언제였냐고 물으면 아무도 날짜로 대답을 안 하거든. 나는 이게 좀 웃겼어.
그 왜 걔 울었던 날 있잖아, 이렇게 말한다니까. 날짜는 끝까지 안 나와.
우리는 시간을 사건으로 세는 거였더라. 학기나 달로 안 세.
셋이 밤새 싸운 날, 처음 온 애가 넷이었던 주, 스피커 고장 났던 때. 이런 걸로 센다니까.
그러니까 우리한테 시간은 줄이 아니라 점인 거잖아. 점 사이는 아예 안 세는 거고.
불나방 날짜를 어떻게 기억해요.
이게 좀 무서운 게 있거든. 아무 일도 없던 몇 달은 통째로 없는 걸로 되더라.
지난 학기 어느 때 얘기를 하는데 아무도 기억을 못 해. 진짜로 아무 일이 없었던 거야.
그 몇 달 동안 방에 오긴 왔는데 남은 게 없는 거라니까. 그게 좀 아깝더라.
이거 알고 나서 나는 방에 뭘 좀 적어두기 시작했거든. 대단한 건 아니고 그날 뭐가 있었는지 한 줄.
몇 명 왔는지, 누가 처음 왔는지, 뭐 때문에 웃었는지. 그것만 적어.
이거 몇 달 쌓이니까 없어질 뻔한 기간이 남더라니까. 점이 촘촘해지는 거잖아.
돌부처 안 적으면 없어지지.
집에서 보니까 어른들은 날짜로 세시더라. 몇 년도에 뭐가 있었고, 이렇게.
그게 좀 정확하긴 한데 재미가 없잖아. 우리처럼 세면 부정확한데 그 얘기를 하면 다들 웃거든.
날짜로 세는 건 혼자서도 되는데 사건으로 세는 건 같이 있던 사람이 있어야 되는 거라니까.
요새는 애들도 그 종이를 가끔 들춰본다니까. 자기가 처음 온 날을 찾아보는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날짜는 원래 잘 못 외우거든. 시험 날짜도 자꾸 까먹어.
근데 방에서 있었던 일은 다 기억나더라. 그건 순서까지 기억나잖아.
그러니까 날짜를 안 쓰고도 시간을 셀 수 있으면 그 방은 잘 굴러가고 있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