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목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잖아. 근데 하나 잘하는 게 있어.
애들 얼굴 읽기. 문 열고 들어오는 순간 오늘 어떤지 대충 알아.
신입 후배가 그거 어떻게 하냐고 물어봐서 정리해봤어. 세 가지야.
불나방 부장 그거 진짜 신기해. 맨날 맞혀.
첫 번째는 눈썹이야.
안 좋은 날은 눈썹이 살짝 안쪽으로 모여 있어. 본인은 모르는데 미간에 힘이 들어가 있는 거야.
칼손이 제일 티 나. 칼손은 안 좋으면 눈썹이 거의 붙어.
좋은 날은 눈썹이 편하게 펴져 있어. 불나방은 좋은 날 눈썹이 위로 올라가 있고.
두 번째는 입꼬리야. 근데 웃을 때 말고 안 웃을 때.
웃을 때는 다들 입꼬리가 올라가잖아. 그건 억지로도 할 수 있어.
근데 가만히 있을 때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으면 그날은 진짜 안 좋은 거야.
돌부처는 늘 일자라서 이걸로는 못 읽어. 돌부처는 세 번째로 봐야 해.
돌부처 나는 원래 일자야.
세 번째가 제일 정확해. 손이야.
얼굴은 숨길 수 있는데 손은 못 숨기거든. 손은 거짓말을 제일 못 해.
칼손은 안 좋으면 뭘 찌그러뜨려. 우유팩이든 종이든.
불나방은 안 좋으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 빠르게.
돌부처는 안 좋으면 손을 주머니에 넣어. 아예 안 보이게. 그게 돌부처 신호야.
후배가 다 듣고 나서 그러더라. 그럼 자기도 할 수 있냐고.
할 수 있대. 근데 매일 봐야 한다고 했어.
평소 얼굴을 알아야 다른 날이 보이거든. 한 번 보고는 몰라. 매일 봐야 오늘이 다른 게 보이는 거라니까.
그러니까 표정 읽는 건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야. 같이 보낸 시간.
그리고 하나 더 말해줬어. 읽는 것보다 그다음이 중요하다고.
안 좋은 거 알아챘으면 괜찮냐고 묻지 말고 그냥 옆에 앉으라고. 과자 하나 밀어주고.
후배가 고개를 끄덕였어. 그다음 날 후배가 칼손 옆에 앉아서 과자를 밀어줬대. 칼손 눈썹이 붙어 있었대.
너도 친구 기분 알고 싶으면 손부터 봐. 그리고 매일 봐.
읽었으면 옆에 앉으면 된다니까. 동아리방에선 이제 후배도 그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