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 애들은 서로 별명으로 부르거든. 근데 그거 누가 정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어느 날 보니까 다 하나씩 갖고 있더라. 그리고 붙고 나서는 본명을 부른 적이 없다니까.
어떻게 붙었는지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 봤거든. 다 시작이 있더라.
셋 다 자기가 한 말에서 나왔어. 누가 놀리려고 붙인 게 하나도 없었다니까.
한 명은 안 좋은 날에도 표정이 안 바뀌어서 그렇게 됐고, 한 명은 늘 먼저 나가서 그렇게 됐고, 한 명은 안 될 걸 알면서 계속 가서 그렇게 됐어.
불나방 저는 그거 마음에 드는데요.
웃긴 게 놀리려고 지은 별명은 하나도 안 남았거든. 며칠 쓰다가 사라지더라.
남은 건 전부 그 애가 실제로 그런 거였어. 본인도 인정하는 거니까 부르기가 편한 거다.
억지로 붙이면 안 붙고, 맞으면 알아서 붙는다니까.
돌부처 안 맞으면 안 불러.
별명 붙고 나서 달라지는 게 있거든. 그 애가 자기 얘기를 좀 편하게 하더라.
먼저 나가는 애가 먼저 나갔다고 말하기 쉬워지잖아. 이미 다들 아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
숨길 게 하나 줄어드는 거라니까. 그게 별명이 하는 일인 것 같더라.
근데 나는 별명이 없거든. 애들이 그냥 부장이나 누나라고 불러.
한번 왜 나는 없냐고 물어봤더니 애들이 웃기만 하더라. 아직 안 정해졌대.
좀 서운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 별명은 남이 붙이는 거라 내가 조를 일이 아니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보는 눈도 없거든. 근데 별명은 확실히 알겠어.
지어서 붙이는 게 아니라 그 애가 그러니까 붙는 거더라. 그래서 별명 들으면 그 애가 대충 보인다니까.
새로 온 애한테 별명이 붙는 날이 그 애가 여기 사람이 되는 날이잖아. 나는 그날을 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