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졸업한 선배가 왔거든. 나는 얼굴만 아는 사이야.
근데 이상한 게 있었어. 벽에 붙은 자리가 그 선배 자리였다고 다들 그러는데, 정작 본인은 거기 안 앉더라. 문 앞 빈 의자에 앉더라니까.
그거 보고 나는 좀 알겠더라. 여기 다시 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던 거다.
동아리방 애들이 이것저것 물었어. 회사는 어떠냐, 밥은 먹고 다니냐, 아직도 하냐.
근데 아무도 얼마 벌었냐고 안 물어봤거든. 나는 그게 신기했다니까. 평소 같으면 그것부터 물을 애들인데.
불나방 형은 아직도 계좌 봐요?
돌부처 밥이나 먹고 가요.
돌부처는 원래 말이 저래. 근데 그날은 저게 제일 정확한 말이었던 것 같아.
나중에 애들한테 물어봤어. 왜 안 물어봤냐고.
칼손이 그러더라. 물어보면 그 대답을 자기가 감당해야 하잖아, 라고. 잘 됐다고 하면 부럽고 안 됐다고 하면 무섭다는 거다.
칼손 어느 쪽 대답이 나와도 제가 손해예요.
나는 저 말이 좀 웃겼는데 틀린 말은 아니더라. 결과를 물으면 그 자리부터 서열이 생기거든. 우리 방에서 제일 안 하고 싶은 게 그거다.
한참 있다가 선배가 먼저 말했어. 근데 숫자 얘기가 아니었다니까.
학교 다닐 때 이 방에서 밤새운 얘기를 하더라. 누구랑 싸웠고, 누가 울었고, 시험 기간에 다들 여기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얘기.
세 번째에서 방이 좀 조용해졌어. 다들 자기 얘기라는 걸 아니까 그런 거다.
나는 주식은 하나도 모르는 애야. 종목 같은 건 아예 안 다뤄. 근데 이건 알겠더라.
몇 해가 지나서 돌아온 사람이 갖고 온 게 결과가 아니었다는 거. 갖고 온 건 이 방에서 보낸 시간이었어. 그게 남은 거지.
불나방 저도 나중에 오면 저럴까요.
너도 그럴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선배 나갈 때 문 앞까지 나가서 인사했거든. 또 오라고 했어.
나는 부장이라고 앉아 있지만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애야. 뭘 하라고 말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니까. 대신 몇 해 뒤에 누가 문 열고 들어왔을 때 앉을 의자 하나 비워두는 건 할 수 있잖아.
돈은 몰라도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