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을 받으면 대답이 빨리 나오는 사람이랑 늦게 나오는 사람이 있거든. 나는 이것도 세보게 됐어.
빠른 쪽은 바로 알겠다고 하고, 늦은 쪽은 좀 있다가 말하고.
세보니까 빨리 알겠다고 한 애가 그다음에 안 하는 경우가 더 많더라. 나는 그게 좀 의외였어.
빨리 대답하는 게 성의 있어 보이잖아. 근데 결과는 반대인 거고.
늦게 대답한 애는 하겠다고 하면 거의 다 하더라니까.
칼손 저는 늦게 대답해요.
왜 그러나 생각하니까 알겠더라. 빠른 대답은 하겠다는 게 아니라 거절을 안 하는 거였어.
그 자리에서 거절하는 게 어려우니까 일단 알겠다고 하는 거잖아. 어색한 게 싫은 쪽인 거고.
먼저 사과하는 애가 어색해서 그런 거랑 같은 거라니까.
늦게 대답하는 애는 그 사이에 계산을 하는 거더라. 할 수 있나 없나를 재는 거고.
그러니까 대답이 나오면 그건 확인된 거잖아. 오래 고르는 애가 안 바꾸는 거랑 같은 거고.
늦은 게 성의 없는 게 아니라 정확한 거였던 거라니까.
돌부처 재보고 말하는 게 맞지.
이거 알고 나서 나는 부탁하고 바로 대답을 안 기다린다니까. 생각해보고 말해달라고 해.
그러면 빠른 쪽도 한 번 재게 되잖아. 거절할 시간이 생기는 거고.
거절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게 부탁하는 사람 몫이라고 내가 썼는데, 이것도 같은 거고.
그리고 빨리 알겠다고 한 애한테는 다음 날 한 번 더 물어본다니까. 그때 빠지게 해주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빠른 게 좋은 줄 알았거든. 대답이 늦으면 내 자리가 남한테 간다고도 썼고.
근데 그건 내가 답해야 되는 자리였고, 부탁받는 건 다른 거더라.
받을 때는 늦어도 되고 줄 때는 빨라야 되는 거잖아. 그게 구분되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