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사과를 말로 안 하거든. 미안하다는 말이 나온 적이 거의 없어.
나는 한동안 우리 집이 사과를 안 하는 집인 줄 알았다니까.
근데 세보니까 아니더라. 사과하는 날에 표시가 있어.
밥상에 반찬이 하나 더 올라와. 평소에 안 하던 게 올라오는 거잖아.
그게 엄마 쪽 방식이고, 아빠는 문 앞에 뭘 놓고 가시는 거고.
칼손 저희 집은 그냥 넘어가요.
내 것도 세봤거든. 나도 말로 안 하더라.
설거지를 먼저 하거나 동생 심부름을 대신 해주거나. 그게 내 사과인 거고.
집에서 배운 걸 그대로 하고 있는 거잖아. 말투가 옮는 거랑 같은 거고.
근데 방에서는 말로 하거든. 아까 내가 그렇게 말한 거 좀 그랬지, 하고.
집에서는 안 되는 게 방에서는 되는 거잖아. 그게 좀 이상하더라.
집에서 안 하는 말이 셋 있다고 내가 썼는데 사과도 거기 들어가는 거고.
돌부처 집이 더 어렵지.
세보니까 말로 하면 더 빨리 끝나더라. 방에서는 그날 안에 풀리는데 집에서는 며칠 가.
반찬 하나로는 확실하지가 않으니까 서로 눈치를 보는 거잖아. 이게 사과였나 아닌가 하고.
그러니까 우리 집 방식이 더 오래 끄는 거라니까.
한번은 반찬이 올라온 걸 내가 못 알아본 날이 있거든. 그날 그냥 먹고 말았어.
며칠 뒤에 엄마가 좀 서운해하시는 걸 보고 알았고. 사과를 받아드리지 못한 거잖아.
말로 안 하면 이게 문제인 거라니까. 못 알아보면 없던 게 되는 거고.
칼손 그건 좀 억울하네요.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우리 집이 사과를 안 하는 줄 알았거든. 못 알아본 거였고.
근데 하고 있었던 거잖아. 방식이 다른 거고.
그래도 집에서 한 번은 말로 해보려고 한다니까. 더 빨리 끝나는 게 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