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동아리방에서 나랑 돌부처한테 얘기하고 있었거든. 요새 좀 물렸다고.
근데 칼손이 문 열고 들어오니까 불나방이 하던 말을 딱 멈추더라.
그리고 갑자기 급식 얘기를 했어. 오늘 돈가스 나온대, 하고.
나랑 돌부처는 눈이 마주쳤어. 둘 다 알았지. 칼손한테는 말하기 싫은 거구나.
불나방 오늘 돈가스래. 소스 많이 달라고 해야지.
나중에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왜 칼손한테만 말 안 하냐고. 제일 친하잖아.
불나방이 한참 망설이다가 그러더라. 제일 친해서 말 못 하겠대.
칼손은 남 걱정을 제일 많이 하는 애잖아. 자기가 물렸다고 하면 칼손이 자기보다 더 걱정할 거래.
그러면 칼손이 힘들어질 거래. 그게 싫대.
그 말 듣고 좀 뭉클했어. 숨기는 이유가 상대를 아끼는 거였던 거야.
생각해보면 그런 거 있잖아. 덜 친한 애한테는 쉽게 말하는데 제일 친한 애한테는 못 하는 거.
덜 친한 애는 듣고 잊어버리니까 괜찮은데, 제일 친한 애는 같이 아파할 거니까.
그러니까 숨기는 게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지키는 거라니까.
돌부처 근데 칼손은 알아.
돌부처 말이 맞았어. 며칠 뒤에 칼손이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
불나방 요새 좀 이상하지 않냐고. 자기 들어가면 말을 멈춘대. 자기가 뭐 잘못했나 싶대.
그 말 듣고 좀 아찔했어. 불나방은 칼손을 지키려고 숨겼는데, 칼손은 그거 때문에 서운해하고 있었던 거야.
숨기는 마음이 오히려 상대를 아프게 한 거지.
그래서 내가 불나방한테 칼손 얘기를 전했어. 칼손이 서운해한다고.
불나방이 그날 칼손한테 말했대. 사실 물렸다고. 너 걱정할까 봐 말 못 했다고.
칼손이 처음엔 좀 화났대. 왜 나한테만 숨겼냐고. 근데 이유 듣고는 웃었대. 바보냐고.
그날 둘이 급식 돈가스를 나눠 먹었대. 소스 많이 달라고 해서.
칼손 걱정은 내가 알아서 할게. 숨기지 마.
너도 제일 친한 친구한테 뭔가 숨기고 있으면 그건 그 친구가 소중해서일 거야.
근데 그 친구도 네가 숨기는 거 알 수도 있어. 걱정은 그 친구가 알아서 하게 둬도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