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하루 동안 보낸 메시지를 거슬러 올라가 봤어요. 회사 단톡방, 친구, 엄마까지요.
웃는 이모티콘이 열네 개였어요. 그런데 그날 실제로 웃은 기억은 점심때 한 번뿐이었네요. 나머지 열세 번은 웃지 않으면서 웃는 얼굴을 보낸 거였어요.
언제부터인지 메시지 끝에 늘 이모티콘을 붙여요.
그래야 말투가 부드러워 보이니까요. 글자만 보내면 차갑게 느껴질까 봐서요. 알겠습니다, 뒤에도, 괜찮아, 뒤에도 웃는 얼굴을 붙이지요. 손이 먼저 움직이더라고요.
그날은 사실 많이 지친 날이었어요.
업무가 밀려 있었고 머리도 아팠지요. 그런데 메시지에는 그런 게 하나도 안 보였어요. 다 웃는 얼굴이었으니까요. 화면 너머의 사람들은 제가 잘 지내는 줄 알았을 거예요.
웃는 이모티콘은, 지친 얼굴을 대신 가려주는 작은 가면이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걱정 끼치기 싫었던 것 같아요.
지쳤다고 하면 무슨 일 있냐고 물을 테고, 그럼 설명해야 하니까요. 웃는 얼굴을 보내면 그런 질문이 없지요. 편하긴 한데 조금씩 외로워지더라고요. 아무도 진짜 제 기분을 모르니까요.
그날 밤 친구에게 또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어요.
그런데 친구가 답장을 했지요. 오늘 웃는 거 진짜야? 그 질문에 한참 화면만 봤어요. 결국 솔직하게 답했어요. 사실 좀 지쳤어. 친구가 그럴 줄 알았다고, 전화할까 하고 물었네요.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늘 가면을 쓰고 산다고 했대요.
이모티콘도 그런 작은 가면 같아요. 꼭 벗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 다만 가끔은 가면 너머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만큼은 벗어도 될 것 같아요.
웃는 얼굴 뒤에 숨은 지친 마음도 알아봐 줄 사람이 있겠지요.
오늘은 이모티콘 대신 지쳤다는 한마디를 보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