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폰을 빌려 쓸 일이 있었거든. 근데 화면 오른쪽 위 귀퉁이에 곰 스티커가 붙어 있더라.
손톱만 한 거. 처음엔 그냥 꾸민 건 줄 알았어. 돌부처가 꾸미는 애는 아닌데.
나중에 알았는데 그 자리가 딱 계좌 금액이 뜨는 자리래.
돌부처 거기만 안 보면 돼.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물었거든. 그냥 안 열면 되잖아.
돌부처가 그러더라. 안 열 수는 없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싶대.
근데 금액은 보고 싶지 않대. 그 숫자 하나가 하루 기분을 다 정해버린대.
그러니까 보고는 싶은데 다 보기는 싫은 거야. 그 사이에 곰이 붙어 있는 거고.
그 얘기가 나오니까 다들 자기 방법을 꺼내더라.
칼손은 화면 밝기를 제일 어둡게 해놓고 본대. 흐릿하게 보이면 덜 아프대.
불나방은 아예 눈을 반쯤 감고 연대. 그러다 괜찮아 보이면 눈을 뜨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더니 마음의 준비래.
다들 웃었는데 다 진심이었어. 각자 자기가 버틸 만큼만 보는 방법을 만든 거잖아.
불나방 반만 보면 반만 아프다니까.
어른들은 그런 거 보면 현실을 피한다고 할 수도 있어. 똑바로 봐야 한다고.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거든. 그 숫자 하나 때문에 수업도 못 듣고 밥도 못 먹으면 그게 더 문제잖아.
돌부처는 곰 붙이고 나서 수업 시간에 덜 멍하대. 그럼 된 거 아니냐.
돌부처한테 물었어. 그 스티커 언제 뗄 거냐고.
괜찮아지면 뗀대. 근데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대.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어. 뗄 날이 온다는 걸 알고 붙인 거니까. 숨는 게 아니라 잠깐 쉬는 거라니까.
칼손 나도 하나 줘. 고양이로.
그래서 그다음 주에 칼손 폰에도 고양이가 붙었어.
너도 뭔가 가려두고 있으면 그거 부끄러운 거 아니야. 오늘 하루를 지키는 방법이거든.
언제 뗄지는 네가 정하면 돼. 그때까지 동아리방에서 같이 버티면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