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동아리방에 와서 드물게 먼저 말을 꺼냈어. 오늘 버스에서 있었던 일.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타셨대. 서 계셨대.
양보해야 하나 고민했대. 세 정거장 동안.
돌부처 일어날까 말까 했어.
뭐가 그렇게 고민이었냐고 물었더니 돌부처가 그러더라.
일어나려고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앉았대. 그걸 세 번 했대.
다들 빵 터졌어. 그 모습이 상상이 됐거든. 말 없는 돌부처가 혼자 들썩들썩하는 거.
돌부처도 웃었는데 좀 진지했어. 진짜 고민이었대.
왜 그렇게 망설였냐고 물어봤어.
할아버지가 괜찮다고 하시면 어떡하나 싶었대. 그럼 일어난 자기가 민망하잖아.
아니면 할아버지가 늙은이 취급한다고 기분 나빠하시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계속 돌았대.
그러니까 양보하기 싫은 게 아니라 양보했을 때 반응이 무서웠던 거야.
칼손 나도 그래. 거절당할까 봐.
칼손도 같은 고민을 한대. 그래서 양보하고 싶을 때 그냥 내리는 사람처럼 일어난대. 문 쪽으로 가서 서 있는대.
그러면 양보한 티가 안 나잖아. 그냥 내리려던 사람처럼 보이고. 상대도 부담 없이 앉을 수 있고.
다들 그 방법 좋다고 했어. 칼손다운 방법이야. 남 눈치 제일 많이 보는 애가 찾은 방법.
돌부처는 결국 네 번째 정거장에서 일어났대. 아무 말 없이.
할아버지가 고맙다고 하시면서 앉으셨대. 아무 일도 없었대.
돌부처가 그러더라. 세 정거장 동안 고민한 게 허무했대. 근데 일어나길 잘했대.
불나방 나는 그냥 바로 일어나는데.
불나방은 생각 없이 바로 일어난대. 다들 그게 제일 부럽다고 했어.
생각해보면 망설였다는 건 그만큼 상대를 생각했다는 거잖아. 아무 생각 없으면 망설이지도 않아.
너도 양보할까 말까 망설이면 그건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야. 동아리방 애들도 다 들썩들썩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