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하나를 샀어요. 가게에서 입어봤을 땐 괜찮았지요.
그런데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색이 생각과 달랐어요. 조명 때문이었나 봐요. 환불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쇼핑백째 옷장에 넣어뒀네요.
영수증에 환불 기한이 적혀 있었어요.
일주일이었지요. 그 일주일 동안 매일 갈까 말까 고민했어요. 마지막 날 퇴근길에 쇼핑백을 들고 가게 앞까지 갔어요. 그런데 문 앞에서 발이 멈추더라고요.
점원 얼굴이 떠올랐어요.
입어볼 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웃어주던 얼굴이요. 그 앞에서 환불해달라고 하면 미안할 것 같았지요. 귀찮게 하는 손님이 되는 것도 싫었고요. 결국 근처 카페로 들어갔어요.
환불을 망설이는 마음은, 대개 물건보다 상대의 표정을 먼저 걱정한다.
카페에서 쇼핑백을 무릎에 올려놓고 커피를 마셨어요.
창밖으로 가게 문이 보였지요.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어요. 누구는 물건을 들고 나오고, 누구는 빈손으로 나오고요. 다들 아무렇지 않아 보였어요. 저만 그 문 앞에서 이렇게 오래 망설이고 있었네요.
결국 환불하지 못하고 집에 왔어요.
니트는 지금도 옷장 안에 있지요. 한 번도 안 입었어요. 볼 때마다 조금 아깝고, 조금 한심하기도 해요. 말 한마디면 됐을 텐데요.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웃었어요.
자기는 환불하러 가면 오히려 점원이 더 친절하다고요. 원래 그런 손님이 많아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대요. 제가 혼자 상대의 마음을 너무 크게 상상했던 거군요.
쇼펜하우어는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했대요.
점원은 아마 저를 금방 잊었을 거예요. 제가 걱정한 그 표정은 제 머릿속에만 있었던 거겠지요.
마음에 안 드는 걸 말하는 건 무례가 아니라 내 마음을 존중하는 일 같아요.
다음엔 쇼핑백을 들고 그 문을 한 번 열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