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동생이 수학 숙제를 들고 왔거든. 모르는 문제가 있대.
봤는데 나도 모르겠더라. 진짜로. 기억이 하나도 안 났어.
근데 동생이 언니는 알지?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어.
모른다고 말하기가 좀 어려웠어. 언니잖아.
그래서 일단 아는 척 문제를 들여다봤어. 이리저리 써보고. 근데 점점 더 꼬였어.
동생이 옆에서 계속 기다렸어. 십 분. 나는 땀이 났어.
결국 말했어. 언니도 모르겠다고.
동생이 좀 놀라더니 웃었어. 언니도 모르는 게 있냐고.
그러더니 그러더라. 그럼 같이 풀자고.
그래서 교과서 맨 뒤 정답지를 폈어. 둘이 같이 풀이를 거꾸로 읽었어. 답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렇게 하니까 이해가 되더라. 동생도 나도.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그 얘기를 했어.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
칼손은 동생한테 모른다고 못 해서 틀린 걸 가르쳐준 적이 있대. 다음 날 동생이 학교에서 혼났대.
불나방은 그냥 모른다고 바로 말한대. 근데 동생이 그 뒤로 안 물어본대.
칼손 아는 척하다가 더 큰일 났어.
생각해보면 나는 동아리방에서 맨날 모른다고 하잖아. 종목도 모르고 숫자도 모른다고.
근데 동생 앞에서는 그게 어려웠어. 언니니까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근데 막상 말하고 나니까 동생이랑 더 가까워진 것 같았어. 같이 모르니까 같이 찾게 되잖아.
모른다고 말하는 게 끝이 아니라 같이 시작하는 거였어.
돌부처 정답지 거꾸로 읽는 거 좋다.
너도 누가 물어보는데 모르겠으면 모른다고 해도 돼. 아는 척하는 것보다 같이 찾는 게 나을 때가 많거든.
정답지 거꾸로 읽는 것도 방법이라니까. 동생이 그날 이후로 나한테 더 자주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