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이웃 아저씨가 짐을 여러 개 들고 계시길래 하나 들어드렸거든. 별거 아니었어.
엘리베이터가 같은 층이라 어차피 같이 올라가는 거였고.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얘기를 꺼내시더라. 주식 얘기였어.
나는 좀 당황했다니까. 짐 들어드린 거랑 아무 상관이 없잖아.
내가 뭘 하는 애인지도 모르셨을 텐데 그 얘기가 나온 거고.
불나방 그걸 왜 학생한테 하세요?
짐을 다 내려놓고 나서도 문 앞에서 삼 분을 더 서 계시더라. 얘기가 안 끝난 거잖아.
나는 가야 되는데 못 가겠더라니까. 중간에 끊고 가기가 좀 그랬어.
그래서 그냥 들었어. 버스에서 아주머니 얘기 들었던 거랑 똑같았고.
나중에 생각하니까 알겠더라. 짐 하나 들어드린 게 말을 걸어도 되는 사이로 만든 거잖아.
그 삼 분 전까지는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다음부터는 아니게 된 거고. 그게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였어.
그러니까 도와드린 게 짐이 아니라 자리를 만들어드린 거라니까.
돌부처 한 번 도와주면 그렇게 되지.
방에서도 똑같은 게 있거든. 뭘 하나 도와준 애가 그다음에 자기 얘기를 하더라.
부탁을 받은 게 아니라 해준 쪽이 문을 여는 거잖아. 그게 순서가 좀 반대인 것 같은데 그렇더라.
그래서 나는 애들한테 뭘 자꾸 부탁한다니까. 도와달라고 하면 그 애가 편해지는 거고.
그리고 그 뒤로 그 아저씨를 만나면 먼저 인사하시더라. 삼 분이 그렇게 만든 거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아저씨 얘기도 반은 못 알아들었어. 아직도 뭐가 어떻다는 건지 모르고.
근데 삼 분을 서서 말씀하셨다는 건 알잖아. 그 삼 분이 필요하셨던 거니까.
짐 하나 들어드리는 게 그걸 만드는 거였다니까. 그건 나도 할 수 있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