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뉴스에서 다가오는 겨울 난방비 걱정 얘기가 나왔어요. 가스 요금 부담이 크다는 내용이었지요.
뉴스가 끝나고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보일러 온도를 한 칸 내리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작년 겨울 고지서 보고 놀랐다고, 이번엔 미리 아끼려고 한 칸 내렸다고요. 대신 내복을 꺼내 입으셨대요. 아버지는 춥다고 투덜거리시는데 엄마가 이불 하나 더 덮으라고 하셨다네요. 그 장면이 그려져서 웃음이 났어요.
그런데 엄마가 제 방 온도를 물으셨어요.
몇 도로 해두냐고요. 제가 대충 대답하니까 다시 물으시고, 또 물으셨지요. 세 번이나요. 그리고 너는 내리지 마, 감기 걸린다, 하셨어요. 자기 방은 내리면서 제 방은 따뜻하게 두라는 거였네요.
자기 방 온도는 한 칸 내리면서 자식 방은 따뜻하게 두라는 말에, 부모의 겨울이 다 들어 있다.
뉴스에서는 요금 얘기가 나왔지요.
저는 그 요금이 정확히 얼마나 오르는지는 잘 몰라요. 다만 엄마가 한 칸 내린 보일러와 꺼내 입으신 내복에서 그 숫자의 무게가 느껴졌어요. 뉴스로 볼 때보다 엄마 목소리로 들으니 훨씬 가깝게 다가오더라고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처지를 내 일처럼 느끼는 마음을 귀하게 여겼대요.
엄마가 제 방 온도를 걱정하시는 게 딱 그런 마음 같았어요. 자기 추위보다 자식 추위를 먼저 생각하는 거요. 그 마음을 받으니 저도 엄마 방이 걱정되기 시작했지요.
다음 날 퇴근길에 수면 양말 두 켤레를 샀어요.
엄마 아빠 거로요. 택배로 보내드리면서 메모를 하나 넣었지요. 한 칸 내린 만큼 발은 따뜻하게. 엄마가 받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전화하셨어요. 너나 신으라고 하시면서도 그날 밤 바로 신으셨대요.
자기 방은 한 칸 내리면서 자식 방은 따뜻하게 두라는 마음이 있지요.
오늘은 그 마음에 따뜻하게 지낸다고 먼저 답해줘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