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 가끔 그런 날이 있거든. 누가 들어오자마자 폰부터 내미는 날.
뭔지는 다들 알아. 계좌 화면이야. 말 안 해도 얼굴에 다 쓰여 있다니까.
그 순간 방 공기가 확 바뀐다. 축하하는 소리랑 조용해지는 소리가 같이 나거든.
칼손 오, 좋겠다.
근데 그날 제일 먼저 조용해진 애가 누군지 아냐. 불나방이었어.
평소엔 제일 시끄러운 애잖아. 늘 이번엔 다르다고 떠드는 애.
걔가 자기 폰을 뒤집어서 책상에 엎어놓더라. 화면이 안 보이게.
그러고는 축하한다고 말했어. 목소리는 멀쩡했는데 손은 폰 위에 계속 올려놓고 있더라.
나중에 불나방한테 물어봤거든. 아까 기분 어땠냐고.
걔가 그러더라. 부러운 건 괜찮은데 자기가 싫어지는 게 문제라고.
남이 잘된 걸 보면 내가 뭘 잘못한 것 같잖아. 같은 방에서 같은 얘기 하던 애가 앞서가면 더 그렇고.
그건 질투라기보다 나를 자꾸 재보게 되는 거더라.
돌부처 남 거 보면 내 거가 작아 보여.
웃긴 건 뭐냐면, 자랑한 애도 편해 보이진 않았어.
폰 내밀고 나서 자꾸 애들 얼굴을 보더라. 괜히 말했나 싶은 얼굴로.
좋은 일이 있으면 누구한테 말하고 싶잖아. 근데 말하고 나면 방이 조용해지니까 그게 또 무서운 거지.
그러니까 그날 그 방에 편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거야. 나 빼고. 나는 뭐가 좋은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그날 이후로 하나 정했어. 좋은 일은 말해도 되는데 화면은 안 보여주기로.
말로만 하면 듣는 쪽이 자기 속도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 화면은 너무 한 번에 들어오니까.
불나방도 그 규칙 좋다더라. 다음엔 자기가 말할 거라면서 웃었어.
너도 남 자랑 듣고 속 쓰렸으면 그냥 그렇다고 해도 된다니까. 네가 나쁜 애라서 그런 거 아니거든.
돈은 몰라도 그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어.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