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비실에서 컵을 씻고 있었어요. 뒤에서 누가 말하더라고요. 그분 요즘 회사 그만둔다며.
돌아보니 다들 저를 보고 있었어요. 그분이 바로 저였네요. 저는 그만둘 생각이 없었는데요.
한참 그게 궁금했어요.
최근에 좀 지쳐 보였다거나, 누구랑 면담을 오래 했다거나 하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얘기겠지요. 아무도 저한테 묻지 않았고요. 제 얘기인데 저만 모르고 있었던 거군요.
그게 제일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저 아닌 누군가의 입에서 제 사정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거요. 그 얘기 속 저는 지쳐서 떠나려는 사람이었지요. 저는 그냥 조금 피곤했을 뿐인데요. 소문 속 저와 진짜 저 사이가 꽤 멀었네요.
소문 속의 나는 늘 진짜 나보다 단순하다.
처음엔 하나하나 바로잡고 싶었어요.
그런데 누구한테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니라고 하면 할수록 더 그럴듯해 보일 것 같기도 했고요. 소문은 쫓아갈수록 멀어지는 거겠지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평판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했대요.
다른 사람 머릿속에 있는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고요. 처음엔 냉정하게 들렸어요. 그런데 그날은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고요. 제가 다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다음 날 옆자리 동료가 조용히 물었어요.
정말 그만두냐고, 소문 듣고 걱정했다고요. 저는 아니라고, 그냥 요즘 좀 피곤했다고 했지요. 동료가 다행이라며 웃었어요. 직접 물어봐 준 사람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고마웠네요.
소문을 다 막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저를 아는 사람 몇에게는 제 얘기를 직접 들려줄 수 있어요. 그 몇 사람이 진짜 저를 알고 있으면 충분한 것 같더라고요. 나 없이 도는 얘기보다, 나와 마주 앉아 나눈 얘기가 더 오래 남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