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 단톡방에 음성 메시지를 보냈거든. 손이 바빠서 타자를 못 쳤대.
근데 보내놓고 바로 그러더라. 절대 다시 안 들을 거래.
다들 왜 그러냐고 물었어. 칼손이 자기 녹음 목소리가 너무 싫대.
칼손 내 목소리 아닌 것 같아. 이상해.
그 얘기 나오니까 다들 그렇대.
불나방은 자기 녹음 목소리 들으면 소름 돋는대. 평소엔 그렇게 시끄러운 애가.
후배도 학교 발표 녹음한 거 듣고 울 뻔했대.
돌부처만 괜찮대. 원래 말을 안 해서 들을 목소리가 별로 없대.
다들 궁금해했어. 왜 녹음된 목소리는 다르게 들리는지.
후배가 과학 시간에 배웠대. 평소엔 내 목소리가 머리뼈를 타고 들어와서 낮고 두껍게 들린대.
근데 녹음은 공기로만 들어오니까 남들이 듣는 진짜 목소리래. 그래서 낯설대.
그러니까 녹음 목소리가 남들이 매일 듣는 내 목소리라는 거야.
그래서 칼손 음성 메시지를 다 같이 들어봤어. 칼손 허락 받고.
칼손은 눈을 꼭 감고 있었어. 귀는 안 막고 눈만 감았어. 그게 웃겼어.
메시지는 별거 없었어. "나 좀 늦어. 과자 사 갈게."
근데 다 듣고 나서 불나방이 그러더라. 칼손 목소리 좋은데?
불나방 이거 칼손 목소리 맞잖아. 매일 듣는 거.
칼손이 놀란 얼굴로 눈을 떴어. 진짜냐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 매일 듣는 칼손 목소리라서 편하다고.
후배는 칼손 목소리가 차분해서 좋대.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대.
칼손이 한참 말이 없더니 그러더라. 자기가 싫어하는 목소리를 다들 좋아할 줄 몰랐대.
생각해보면 나도 내가 싫어하는 내 모습이 있잖아. 근데 남들은 그걸 별로 신경 안 쓰거나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어.
칼손 목소리처럼. 내 귀엔 이상한데 친구들 귀엔 그게 칼손인 거라니까.
돌부처 그게 너야.
너도 녹음된 네 목소리가 싫으면 친구한테 한번 물어봐. 의외로 좋아할 수도 있거든.
칼손은 그날 이후로 음성 메시지를 가끔 보내. 다시 듣지는 않지만 보내긴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