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선반이 좀 흔들려서 못을 사러 갔거든. 돌부처랑 같이.
동네 철물점이었어. 엄청 오래된 가게. 망치랑 공구가 벽에 빼곡했어.
사장님 혼자 계셨어. 할아버지 같은 사장님. 카운터 옆에 작은 라디오가 켜져 있었어.
못을 스무 개 달라고 했어. 사장님이 상자에서 못을 하나씩 세서 봉지에 담으셨어.
하나, 둘, 셋... 열둘, 열셋.
그때 라디오에서 장 소식이 나왔어. 사장님 손이 멈추셨어.
라디오를 한참 들으시더니 볼륨을 줄이셨어. 그리고 봉지를 보시더니 웃으셨어.
"몇 개였지?"
사장님이 못을 다시 상자에 쏟으셨어.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세셨어.
하나, 둘, 셋.
이번엔 끝까지 세셨어. 스무 개. 봉지에 담아서 우리한테 주셨어.
돌부처가 그 모습을 한참 봤어.
칼손 세다가 잊어버리는 거, 나도 그래.
계산하면서 사장님이 우리한테 물어보셨어. 학생들 뭐에 쓸 거냐고.
동아리방 선반 고친다고 했어. 무슨 동아리냐고 하셔서 주식 동아리라고 했어.
사장님이 엄청 놀라시더니 웃으셨어. 그러시더니 그러셨어.
"아까 그거 들었구나. 할아버지도 조금 하거든."
그리고 라디오를 가리키셨어. 저거 들으면 손이 멈춘다고.
사장님이 그 가게를 사십 년 하셨대. 매일 같은 자리에서 못 세고 망치 파셨대.
근데 요새는 하루에 몇 번 세던 걸 잊으신대. 라디오 때문에.
그 말 하시면서 웃으셨어. 근데 좀 쓸쓸해 보이셨어.
불나방 사장님도 우리 동아리방 오시면 좋겠다.
동아리방에 와서 돌부처가 선반을 고쳤어. 못 스무 개 다 써서.
이제 안 흔들려. 머그컵 다섯 개가 더 안정적으로 놓였어.
돌부처가 망치를 내려놓으면서 그러더라. 사장님이 다시 세서 준 못이라 튼튼하대. 다음에 남은 못 갖다 드리면서 감사 인사 하러 가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