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가 요새 키가 컸거든. 교복이 작아져서 소매가 짧아졌어.
새로 사기엔 아깝다고 하니까 졸업한 동아리 선배가 자기 교복을 줬대.
돌부처가 그 교복을 입고 동아리방에 왔어. 딱 맞더라.
돌부처 선배 거야.
근데 돌부처가 교복 안쪽을 계속 보더라. 뭐 보냐고 물었더니 보여줬어.
안쪽에 이름표를 뗀 자국이 있었어. 실밥이 조금 남아 있고 그 자리만 색이 좀 진했어.
선배 이름이 있던 자리래. 떼고 돌부처 이름을 새로 붙였는데 옛날 자국이 그대로 보인대.
돌부처가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한참 문지르더라.
그러다 돌부처가 안주머니에서 뭘 꺼냈어. 작은 쪽지.
선배가 넣어두고 잊은 건지 일부러 넣은 건지 몰라. 쪽지에 딱 한 줄이었어.
"잘 입어."
다들 그거 보고 좀 조용해졌어. 짧은데 따뜻했거든.
불나방 선배 이런 거 하는 사람이었어?
생각해보면 물려받는다는 건 물건만 받는 게 아닌 것 같아.
그 사람이 입고 다닌 시간도 같이 받는 거잖아. 선배가 이 교복 입고 동아리방에 왔던 날들.
선배도 이 교복 입고 소파 구석에 앉아 있었겠지. 담요 나눠 덮고. 우리처럼.
그러니까 돌부처는 교복이랑 같이 선배의 동아리방도 물려받은 거라니까.
칼손 나도 선배 거 물려받고 싶다.
돌부처가 그 쪽지를 다시 안주머니에 넣었어. 버리지 않고.
그리고 그러더라. 자기도 나중에 졸업할 때 이 교복을 누구한테 물려줄 거래. 쪽지도 같이.
쪽지에 뭐라고 쓸 거냐고 물었더니 돌부처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돌부처 잘 입어. 나도 그랬어.
한 줄이 늘었어. 다음 사람은 두 줄을 받는 거야.
너도 누구한테 물려받은 게 있으면 그 사람 시간도 같이 받은 거야. 자국이 남아 있어도 괜찮아.
언젠가 너도 누구한테 물려줄 날이 올 거라니까. 쪽지 한 줄 같이 넣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