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등이 자꾸 건조해져요. 날이 추워지니 그런가 봐요.
자기 전에 핸드크림을 바르기 시작했어요. 침대 맡에 작은 튜브 하나를 두었지요. 불을 끄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됐네요.
핸드크림을 짜서 손등에 펴 발라요.
손가락 사이사이, 손톱 주변까지 천천히 문지르지요. 처음엔 그냥 건조해서 바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그 몇 분이 이상하게 차분해지더라고요. 하루가 손끝에서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어요.
손을 문지르다 보면 그날 손이 한 일이 떠올라요.
키보드를 치고, 서류를 넘기고, 커피잔을 들고, 문을 열고요.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였지요. 평소엔 그걸 의식하지 못했어요. 핸드크림을 바르면서 처음으로 손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는 기분이었네요.
손등을 천천히 문지르는 몇 분은, 하루 종일 애쓴 손에게 건네는 조용한 인사다.
그날은 오른손 검지에 작은 굳은살이 만져졌어요.
도자기 수업 때 물레를 돌리다 생긴 거였지요. 그 굳은살을 문지르며 그 주에 만든 그릇을 떠올렸어요. 여전히 조금 삐뚤었지만 첫 그릇보다는 나아졌거든요. 손에 남은 흔적이 조금 뿌듯했어요.
핸드크림을 바르다 엄마 손이 생각났어요.
엄마는 늘 손이 거칠었지요. 설거지하고 빨래하느라요. 그런데도 핸드크림을 바르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어요. 자기 손은 늘 뒷전이셨던 거겠지요. 다음에 본가에 갈 때 핸드크림 하나를 사 가야겠다고 생각했네요.
제가 쓰는 핸드크림은 은은한 풀 향이 나요.
바르고 나면 손끝에 향이 남지요. 이불 속에서 손을 얼굴 가까이 대면 그 향이 나요. 그 향을 맡으며 잠드는 게 요즘 작은 낙이에요.
쇼펜하우어는 큰 행복보다 작은 즐거움들이 하루를 지탱한다고 했대요.
핸드크림을 바르는 몇 분도 그런 즐거움 같아요. 거창하지 않아도 하루를 부드럽게 끝내주더라고요.
손등을 천천히 문지르는 몇 분은 하루 종일 애쓴 손에게 건네는 인사겠지요.
오늘 밤엔 손을 조금 오래 쓰다듬어 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