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며칠 전에 불나방이 동아리방에 들어왔는데 머리에 뭐가 달려 있었어.
검은 더듬이 머리띠. 개미 더듬이.
다들 빵 터졌어. 불나방이 진지한 얼굴로 그러더라.
불나방 핼러윈이잖아. 우리는 개미니까.
불나방이 가방에서 머리띠를 네 개 더 꺼냈어. 다섯 개 사 왔대. 한 명당 하나씩.
다들 웃으면서 받았어. 근데 다들 칼손을 봤어.
칼손은 개미라는 말을 싫어했었거든. 누가 개미라고 하면 얼굴이 굳었어.
근데 칼손이 제일 먼저 머리띠를 썼어. 아무 말 없이.
다들 놀랐어. 칼손이 제일 먼저 쓸 줄은 몰랐거든.
칼손이 그러더라. 가방에 개미 키링도 달고 다니는데 이제 와서 뭐 어떠냐고.
그리고 거울을 보더니 웃었어. 생각보다 귀엽대.
칼손 우리 다 개미네.
다들 머리띠를 썼어. 돌부처도, 후배도, 나도.
다섯 명이 더듬이를 달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어. 단체티 그림처럼.
불나방이 사진을 찍었어. 다들 웃고 있었어. 칼손도 눈 뜨고.
그 사진도 벽에 붙였어. 단체티 사진 옆에.
생각해보면 개미라는 말은 좀 놀리는 말처럼 쓰이잖아. 작고 힘없다고.
혼자 들으면 아파. 근데 다 같이 쓰면 달라지더라.
다섯 명이 더듬이 달고 웃고 있으면 그건 놀림이 아니라 우리 이름이 되는 거라니까.
돌부처 개미는 같이 다녀.
돌부처가 그 말을 했어. 개미는 원래 혼자 안 다닌대. 줄 서서 같이 다닌대.
그때 마침 선생님이 복도를 지나가시다가 문틈으로 보셨어. 다섯 명이 더듬이 달고 있는 거.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너네 뭐 하냐고.
불나방이 당당하게 말했어. 개미 동아리예요!
선생님이 한참 웃으시다가 가셨어. 너도 남들이 놀리는 이름이 있으면 친구들이랑 같이 써봐. 우리 이름이 될 수도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