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미용실에 갔어요. 머리가 너무 길어서 더는 미룰 수 없었지요.
의자에 앉자마자 디자이너가 물었어요. 오늘 쉬는 날이세요? 저는 네, 하고 짧게 답했네요. 사실 그날 많이 지쳐 있었거든요.
미용실에선 늘 조금 긴장해요.
거울 너머로 눈이 마주치면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지요. 요즘 뭐 하냐, 주말에 뭐 했냐는 질문이 이어지면 대답을 고르느라 바빠요. 머리를 맡기러 간 건데 마음이 쉬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날은 짧게 답하고 나서 조금 미안했어요.
디자이너가 무안했을까 싶었지요. 그런데 그 뒤로 디자이너는 말없이 머리만 다듬었어요. 가위 소리, 빗질 소리만 들렸고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금방 편해졌어요.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들었지요.
말없이 가위 소리만 들리는 시간은, 대화보다 깊은 쉼이 되기도 한다.
나중에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어요.
친구는 미용실에서 수다 떠는 게 제일 재밌대요. 디자이너랑 연애 얘기까지 한다고요. 사람마다 다른 거겠지요. 누구는 대화가 쉼이고, 누구는 조용함이 쉼이고요. 둘 다 이상한 건 아니었군요.
쇼펜하우어는 혼자 조용히 있을 줄 아는 게 큰 행복이라고 했대요.
미용실 의자 위의 한 시간도 그런 시간이 될 수 있겠지요. 굳이 말을 채우지 않아도요. 그렇게 생각하니 짧게 답한 게 덜 미안해졌어요.
다 자르고 나서 거울을 봤어요.
머리가 가벼워지니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네요. 계산하면서 디자이너에게 고맙다고, 오늘 조용히 해주셔서 편했다고 말했어요. 디자이너가 웃으며 그런 날 있죠, 하더라고요.
말없이 가위 소리만 듣는 시간도 충분히 괜찮은 손님의 시간이에요.
피곤한 날엔 짧게 답하고 눈을 감아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