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옆집 꼬마를 만났어요. 생일 초를 나눠주던 그 아이지요.
꼬마가 손가락을 펴며 자랑했어요. 방학까지 육십 일 남았어요! 저는 웃으며 좋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속으로 제 다음 연차까지 남은 날을 세고 있더라고요.
방학이라는 말이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어요.
학생 때는 당연히 오는 거였지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몇 주씩 학교에 안 가도 되는 날들이요. 그때는 그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몰랐어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네요.
어른에게는 방학이 없어요.
연차가 있긴 하지만 며칠뿐이고, 그것도 눈치를 보며 써야 하지요. 아무 걱정 없이 몇 주를 쉬는 일은 이제 없을 것 같아요. 꼬마의 손가락 육십 개가 괜히 부러웠던 이유겠지요.
방학이 없는 어른은, 아이의 손가락으로 세는 날들 앞에서 잠깐 그 시절로 돌아간다.
꼬마가 방학 계획도 말해줬어요.
할머니 댁에 가서 눈사람을 만들 거래요. 썰매를 타고, 군고구마도 먹고요. 계획이 다 소박했지요. 그런데 그 소박한 계획을 말하는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신나 보였어요. 그 얼굴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아졌네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무언가를 기다릴 때 오히려 더 행복하다고 했대요.
꼬마가 방학을 기다리며 날을 세는 지금이 어쩌면 제일 즐거운 때일지도 몰라요. 저도 다음 연차를 기다리며 세는 날들이 조금은 즐거웠고요.
그날 저녁 저한테 작은 방학을 줬어요.
퇴근하고 삼십 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지요. 휴대폰도 엎어두고 창가에 앉아 차만 마셨어요. 짧았지만 정말 방학 같은 기분이었네요.
방학은 없어도 하루에 한 번쯤은 나에게 작은 방학을 줄 수 있겠지요.
오늘 저녁 삼십 분은 아무것도 안 하는 방학으로 정해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