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동네 마트에 갔다가 옆 동 아주머니를 봤어요. 채소 코너 앞에서 애호박을 들었다가 가격표를 보고 다시 내려놓으시더라고요.
잠시 뒤에 한 번 더 드셨다가 또 내려놓으셨고요. 세 번째에 결국 하나만 바구니에 담으셨네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어요.
저도 바로 옆에서 양파 한 망을 들고 한참 서 있었거든요. 전에는 생각 없이 담던 것들인데 요즘은 가격표를 한 번 더 보게 되더라고요. 그 짧은 머뭇거림이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군요.
계산대 줄에 서 있는데 앞의 아저씨가 점원과 얘기를 나누셨어요.
요새 장 한 번 보면 금방 몇만 원이라고, 뭘 많이 산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다고요. 점원도 다들 그런 말씀을 하신다며 웃었어요. 웃음이었는데 조금 지친 웃음이었네요.
집에 와서 라디오를 켜니 마침 장바구니 물가 얘기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채솟값이며 과일값이 부담스럽다는 사연이 몇 개 이어졌어요. 저는 숫자는 잘 모르지만, 마트에서 본 손들이 그 얘기를 먼저 해주고 있었던 거겠지요.
장바구니를 줄이는 건 그냥 계산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애호박 하나를 덜 담는 건, 그 집 저녁 찌개가 조금 묽어진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아주머니는 아마 식구 몇 명의 저녁을 떠올리며 그 손을 멈추셨을 거예요. 그 몇 초 동안 머릿속으로 얼마나 많은 걸 맞춰보셨을지 짐작이 가네요.
들었다 놓는 손에는, 그 집 식탁 전체가 실려 있다.
마트를 나서는데 아주머니와 또 마주쳤어요.
평소엔 고개만 까딱하고 지나가는 사이인데, 그날은 저도 모르게 장 보셨냐고 말을 걸었네요. 아주머니가 요즘 뭐 하나 사기가 겁난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다고 했고요. 그 말 한마디 주고받았을 뿐인데 둘 다 조금 웃었어요.
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제가 알 수 없는 일이에요.
다만 같은 가격표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니라는 건 알았지요. 그걸 알고 나니 무거운 장바구니가 조금은 덜 외롭더라고요. 오늘 담은 것만으로 저녁을 차려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