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외할머니한테서 택배가 왔어. 엄청 큰 상자.
엄마가 열어보라고 해서 내가 열었어. 테이프를 몇 겹이나 감으셨는지 한참 걸렸어.
안에 반찬통이 가득했어. 김치, 나물, 장아찌, 멸치볶음.
근데 반찬통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더라. 할머니 글씨로.
"엄마 거", "아빠 거", "동생 거". 그리고 "우리 강아지 거".
할머니는 나를 아직도 강아지라고 부르셔. 그 통을 열어보니까 멸치볶음이 들어 있었어.
내가 어릴 때 할머니 댁 가면 제일 좋아했던 거. 할머니가 아직 기억하고 계셨어.
반찬통을 다 꺼내니까 상자 바닥에 종이가 하나 있었어. 할머니 손편지.
글씨가 삐뚤빼뚤했어. 할머니 눈이 안 좋으시거든.
"밥 잘 먹고 다녀라.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마라. 아프지 마라."
세 줄이었어. 근데 그거 읽고 좀 울었어.
칼손 공부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말 좋다.
다음 날 멸치볶음을 조금 덜어서 동아리방에 가져갔어. 애들이랑 나눠 먹으려고.
다들 맛있다고 했어. 불나방은 밥 없이 그냥 집어 먹었어.
돌부처가 한 입 먹더니 그러더라. 할머니 맛이래. 자기 할머니 생각난대. 붓글씨 가르쳐주신 할머니.
돌부처 우리 할머니도 이렇게 짜.
다들 웃었어.
할머니 편지를 사진 찍어서 단톡방에 올렸어. 애들이 다 하트를 눌렀어.
후배가 그러더라. "아프지 마라"가 제일 좋대. 자기 할머니는 멀리 계셔서 자주 못 뵙는대.
그 말 듣고 후배한테 멸치볶음을 좀 더 줬어. 우리 할머니가 너한테도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멀리 계시잖아. 자주 못 뵙고.
근데 택배 하나로 옆에 계신 것 같았어. 반찬 한 통, 편지 세 줄로. 이번 주말엔 할머니한테 전화 드리려고. 멸치볶음 다 먹었다고, 아프지 않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