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엄마가 설거지하시다가 할머니 전화를 받으셨거든. 손이 젖어서 스피커로.
그래서 거실에 있던 나한테도 다 들렸어.
할머니 목소리가 좀 떨리셨어. 삼촌 얘기였어.
할머니 말씀으로는 삼촌이 요새 주식 때문에 힘들어 보인대.
명절에 왔을 때 밥도 잘 안 먹고, 전화해도 금방 끊는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괜찮다고만 한대.
할머니가 그러셨어. 그 애가 어릴 때부터 괜찮다고만 하는 애라서 더 걱정된다고.
칼손 괜찮다고만 하는 애, 그거 나잖아.
엄마는 계속 "괜찮아요, 엄마"라고 하셨어. 다섯 번은 넘게.
근데 엄마 손을 봤는데 행주를 계속 접었다 폈다 하고 계시더라. 말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손은 안 괜찮으셨던 거야.
엄마도 삼촌 걱정이 되시는데 할머니까지 걱정하실까 봐 괜찮다고 하신 거지.
전화 끊고 나서 엄마가 한참 싱크대 앞에 서 계셨어.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 통화에 걱정이 세 겹이었어.
삼촌은 주식 때문에 힘들고, 할머니는 삼촌 때문에 힘들고, 엄마는 둘 다 때문에 힘드시고.
근데 다들 서로한테는 괜찮다고 해. 상대가 더 걱정할까 봐.
그게 가족인 것 같기도 하고 좀 슬프기도 했어. 다들 서로 아끼느라 다 혼자 들고 있는 거잖아.
돌부처 괜찮다는 말이 제일 무거워.
엄마 옆에 가서 아무 말 없이 같이 서 있었어. 행주 접는 거 대신 접어드렸어.
엄마가 웃으시더니 그러셨어. 삼촌한테 내일 전화해봐야겠다고. 할머니 말고 엄마가 직접.
나는 그게 좋았어. 할머니 걱정을 엄마가 받아서 삼촌한테 가는 거잖아. 걱정이 혼자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거.
불나방 삼촌한테 밥 먹었냐고 물어보시라고 해.
동아리방에서 이 얘기 했더니 불나방이 그러더라. 우리 방 방법이라고.
나는 삼촌이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그 걱정 세 겹은 알 것 같거든. 너네 집에도 괜찮다고만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 마음도 한번 봐줘. 그분도 행주 접고 계실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