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주말에 혼자 동네 미술관에 갔어요. 사람이 많지 않았지요.
전시실을 천천히 돌다가 작은 그림 하나 앞에서 멈췄어요. 비 오는 창가를 그린 그림이었네요. 그 앞 벤치에 앉아 한참 봤어요.
미술관은 혼자 가는 게 좋더라고요.
같이 가면 상대 속도에 맞춰야 하지요. 저는 어떤 그림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그림 앞에서는 오래 서 있거든요. 혼자 가면 그걸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제 속도대로 머물 수 있지요.
그 그림은 크지 않았어요.
창문에 빗물이 흐르고, 창가에 찻잔 하나가 놓여 있었지요. 사람은 없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누군가 방금 일어난 자리 같았어요. 그 빈자리를 오래 보고 있으니 마음이 조용해지더라고요.
그림 앞에 오래 머무는 동안, 사람은 잠깐 자기 사정을 잊는다.
쇼펜하우어는 그림이나 음악 같은 걸 볼 때 사람이 잠깐 바라는 마음에서 풀려난다고 했대요.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는 순간이요. 그 벤치에 앉아 있을 때가 딱 그랬어요. 내일 할 일도, 답 못 한 연락도 다 잠깐 멀어졌지요.
한참 앉아 있는데 청소하시던 직원분이 지나가셨어요.
그 그림 앞에 오래 앉는 분들이 많아요, 하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다고 웃으셨지요. 저도 이유는 몰랐지만 그 말이 반가웠어요.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었다는 거니까요.
미술관을 나오니 비가 조금 잦아들어 있었어요.
방금 본 그림이 눈앞에 겹쳐 보였지요. 거리의 젖은 창문들이 다 그림 같았어요. 그날은 집까지 천천히 걸어서 왔네요.
혼자 미술관에 가는 건 쓸쓸해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머무는 시간은 꽤 고요하고 따뜻해요. 가끔은 혼자 그런 자리에 가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