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유리에 비친 제 얼굴을 봤네요. 보려고 본 건 아니고 그냥 눈이 갔어요.
거울에서 보던 얼굴이랑 좀 다르더라고요.
거울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얼굴을 정리하더라고요.
보러 갔으니까 준비를 하는 거지요. 그래서 거울에 있는 저는 늘 어느 정도 만들어진 얼굴입니다. 그게 제 얼굴이라고 알고 지내는 거고요.
우리가 아는 자기 얼굴은 언제나 누군가 볼 것을 알고 있는 얼굴이다.
유리창에 비칠 때는 준비를 못 하는걸요.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의 얼굴이 그대로 있어요. 처음엔 그게 좀 낯설었어요. 피곤해 보이고 입꼬리가 내려가 있고요.
며칠 생각해보니 좀 그렇더라고요.
남들이 보는 저는 거울 쪽이 아니라 유리창 쪽에 가까울 겁니다. 저를 볼 때 제가 준비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아는 제 얼굴이 오히려 덜 정확한 셈이군요.
이걸 알고 나서 표정을 관리하자는 쪽으로 가지는 않았어요.
계속 입꼬리를 신경 쓰면서 다니는 건 지치는 일이겠지요. 그렇게까지 할 이유도 없고요. 다만 남들이 그 얼굴을 보고 있다는 건 알아두려고 합니다.
이 얘기의 반대편도 있어요.
지하철에서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에는 다들 기분이 안 좋아 보였습니다. 지금은 그게 그냥 준비 안 된 얼굴이라는 걸 알겠네요. 화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지요.
가끔은 유리창에서 괜찮은 얼굴을 볼 때도 있는걸요.
뭔가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부드러워져 있는 얼굴이요. 그건 거울에서는 못 만드는 표정이더라고요.
둘 중 하나가 진짜는 아니겠지요.
오늘 유리에 비친 자기를 보고 낯설으셨다면, 그것도 그냥 그날의 얼굴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