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를 지우려고 열었다가 안부만 하나 보냈네요. 답은 없었어요.
이럴 줄 알면서 보낸 거군요. 그게 좀 이상하지요.
기대 없이 한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아주 조금은 있는걸요. 없으면 안 보냈겠지요. 다만 크지 않을 뿐이고, 안 와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만 남겨둔 겁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마음은 없다. 다만 바라는 크기를 견딜 만하게 줄여둘 뿐이다.
안 보내는 쪽을 골라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안 보내면 그게 또 며칠 남습니다. 보낼까 말까를 계속 재게 되고요. 보내고 나면 적어도 그 재는 일은 끝납니다. 답이 없어도 제 쪽 일은 정리되는 셈이군요.
몇 번 해보고 알게 된 게 있네요.
이건 답을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아직 그 사람을 놓지 않았다는 걸 저한테 확인시키는 일에 가깝더라고요. 상대 쪽 일이 아니라 제 쪽 일인 겁니다.
물론 계속하면 지치더라고요.
한쪽만 계속 보내는 건 몇 년씩 못 하겠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보낼 때마다 조금씩 깎입니다. 그 깎이는 게 쌓이면 결국 안 하게 되고요.
그래서 저는 크게 잡아두려고 합니다.
몇 달에 한 번 정도로요. 자주 하면 지치고 아예 안 하면 걸리니까 그 사이 어디쯤을 잡는 거지요. 그러면 오래 갈 수 있겠지요.
한 사람은 이 년쯤 지나서 답이 왔어요.
그동안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안 온 줄 알았던 답이 그렇게 늦게 오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안 오고요.
돌아오지 않아도 제가 보낸 게 없던 일이 되지는 않겠지요.
그 사람 어딘가에는 남아 있을 겁니다. 오늘 답 없는 데로 뭘 보내셨다면, 그건 헛된 게 아니라 아직 놓지 않으셨다는 표시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