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 간 날 저녁에 엄마한테 봉투를 드렸어요. 얼마 안 되는 용돈이었지요.
봉투를 내미는 손이 이상하게 어색하더라고요. 엄마는 뭘 이런 걸, 하시면서 받으셨어요. 둘 다 눈을 잘 못 마주쳤네요.
오래 받기만 했어요.
어릴 땐 용돈을, 학생 땐 등록금과 생활비를 받았지요. 독립하고 나서도 김치며 반찬이며 계속 받았고요. 그 손으로 뭔가를 드리려니 어색할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요.
봉투를 드리면서 뭔가 자리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요.
늘 받는 쪽이던 제가 주는 쪽에 서는 거요. 기쁘기도 했지만 조금 쓸쓸하기도 했지요. 부모님이 나이 드셨다는 게 그 봉투 하나로 실감이 났거든요.
부모에게 처음 봉투를 내미는 손은, 받는 자리에서 주는 자리로 건너가는 중이다.
설거지를 하고 나와서 우연히 봤어요.
엄마가 그 봉투를 안방이 아니라 제가 어릴 때 쓰던 방 책상 서랍에 넣으셨더라고요. 왜 거기 넣으셨는지 여쭤보진 않았어요. 그냥 그 서랍 안에 제 어릴 적 물건들이 아직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배웅해주셨어요.
엄마가 저녁 내내 좋아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겉으로는 뭘 이런 걸 하셨지만 제가 간 뒤에 봉투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실 거라고요. 아버지도 웃으셨어요.
받은 걸 다 갚을 수는 없겠지요.
평생 받은 걸 봉투 몇 장으로 돌려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드릴 수 있을 때 조금씩 드리는 거겠지요. 금액보다 그 손을 내미는 마음이 전해지면 좋겠어요.
봉투를 내미는 손이 어색한 건 자리가 바뀌는 중이라서겠지요.
그 어색함까지 다 마음이 잘 전해지는 모양이에요. 다음엔 조금 덜 어색하게 드릴 수 있을 것 같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