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니 아파트 앞 보도에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아침 출근길에 그 냄새가 먼저 코에 닿지요.
다들 그걸 피해서 보도 한쪽으로 비켜 걷더라고요. 지그재그로 걷는 사람들 모습이 조금 우스웠네요.
마침 그 주에 지역 뉴스에서 은행 열매 얘기가 나왔어요.
냄새 민원이 많아서 구청에서 열매를 미리 털어 수거한다는 소식이었지요. 그 장면에 커다란 그물을 펼쳐놓고 나무를 흔드는 모습이 나왔어요. 가을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는 게 재밌었어요.
다들 고개를 숙이고 발밑을 보며 조심조심 걷지요. 누구는 까치발을 들고, 누구는 아예 차도 쪽 가장자리로 돌아가고요. 평소엔 앞만 보고 걷던 사람들이 그 길에서는 다 발밑을 보더라고요.
같은 냄새를 피해 걷는 사람들은, 서로 모르면서도 같은 춤을 춘다.
그러다 어느 아침에 경비 아저씨를 봤어요.
이른 시간부터 빗자루로 열매를 한쪽으로 모으고 계셨지요. 냄새가 꽤 심했을 텐데 묵묵히 쓸고 계셨어요. 덕분에 그날은 보도 가운데가 깨끗했네요. 다들 그 길로 편하게 걸어갔어요.
은행나무는 참 이상한 나무 같아요.
잎은 노랗게 물들어서 다들 사진을 찍지요. 그런데 열매는 다들 피해 다니고요. 같은 나무에서 사랑받는 것과 피하고 싶은 것이 같이 떨어지는 거군요. 생각해보면 사람도 조금 그렇겠지요.
퇴근길에 경비실 앞을 지나면서 인사를 드렸어요.
아침에 길 쓸어주셔서 편하게 다녔다고요. 아저씨가 매년 하는 일이라며 손을 내저으셨어요. 그래도 표정은 조금 밝아 보이셨네요.
가을 길은 예쁘지만 냄새도 같이 오지요.
그 사이로 누군가 먼저 길을 쓸어두는 손이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이 계절 길을 걸을 때 그 손을 한 번쯤 떠올려보면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