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 창가에 선인장이 하나 더 생겼어. 처음 것보다 더 작은 거.
신입 후배가 가져왔대. 돌부처한테 주는 선물이래.
돌부처가 받고 한참 말이 없었어. 그러다 "응" 했어. 근데 그 "응"이 좀 달랐어. 목소리가 떨렸어.
돌부처 응.
후배한테 물어봤어. 왜 선인장을 줬냐고.
후배가 그러더라. 지난번에 돌부처 선배가 오래 버티던 걸 내려놓았다고 들었대.
그래서 뭔가 새로 기다릴 걸 주고 싶었대. 선인장은 천천히 자라니까 오래 기다릴 수 있대.
그리고 돌부처 선배가 첫 번째 선인장 꽃 피웠을 때 진짜 좋아했다고 들어서.
돌부처가 화분을 들어서 이리저리 보다가 바닥에 뭔가 있는 걸 발견했어.
작은 스티커였어. 후배 글씨로 적혀 있었어.
"천천히 자라도 돼요."
돌부처가 그걸 한참 봤어. 손가락으로 스티커를 한 번 쓸었어.
불나방 후배 진짜 센스 있다니까.
생각해보면 돌부처는 우리 방에서 제일 오래 기다린 애잖아. 그리고 얼마 전에 그걸 놓았어.
놓고 나서 허전하다고 했었지. 손이 비어 있다고.
후배는 그 빈손에 새로 기다릴 걸 쥐여준 거야. 그리고 천천히 자라도 된다고, 기다려도 된다고 말해준 거라니까.
기다리는 법을 아는 사람한테 그 말이 제일 좋은 선물이었던 거야.
돌부처가 두 번째 선인장 옆에도 포스트잇을 붙였어. 물 준 날 점 찍을 거래.
첫 번째 선인장 포스트잇엔 점이 엄청 많아. 두 번째는 아직 하나도 없어.
돌부처가 그 빈 포스트잇을 보면서 그러더라. 이건 천천히 채울 거래.
칼손 나도 하나 키워볼까. 근데 매일 물 줄 것 같아.
너도 누구한테 선물하고 싶으면 그 사람한테 필요한 말을 같이 줘봐. 스티커 하나로도 돼.
천천히 자라도 된다는 말. 동아리방 창가엔 이제 선인장이 두 개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