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동아리방에 들어와서 내 흰 머그컵을 들었는데 밑에 뭐가 있더라.
작은 쪽지였어. 노란 종이.
다른 애들 컵 밑에도 하나씩 있었어. 다 노란 종이.
후배 컵 색깔이야. 누가 했는지 바로 알았어.
다들 자기 쪽지를 펴봤어. 다 한 줄짜리였어.
불나방 쪽지. "선배 덕분에 동아리방이 안 조용해요."
칼손 쪽지. "선배 목소리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돌부처 쪽지. "선배가 소파 자리 내준 거 아직 기억해요."
다들 읽고 나서 한참 아무 말 안 했어.
불나방 오늘 무슨 날이야?
후배한테 물어봤어. 오늘 무슨 날이냐고.
후배가 그러더라. 아무 날도 아니래.
그냥 고마운 게 쌓여서 말하고 싶었대. 근데 생일 기다리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냥 오늘 했대.
이유가 없는 게 이유래.
내 쪽지는 두 줄이었어.
"선배가 오늘도 왔다를 지우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그래서 저도 매일 와요."
화이트보드 구석의 그 한 줄. 아무도 안 지운 그거.
읽고 나서 좀 울컥했어. 그 한 줄을 지우지 않은 게 후배한테 그렇게 컸구나.
칼손 부장 거만 두 줄이네. 부럽다.
생각해보면 선물은 보통 이유가 있잖아. 생일, 기념일, 감사.
근데 이유가 없으면 오히려 더 남더라. 그냥 너라서 주는 거니까.
생일 선물은 생일이라서 받는 건데, 이유 없는 선물은 나라서 받는 거라니까.
돌부처 이거 지갑에 넣을 거야.
돌부처가 쪽지를 지갑에 넣었어. 다들 따라서 자기 쪽지를 어딘가에 넣었어. 칼손은 일기장에, 불나방은 폰 케이스 뒤에.
너도 누구한테 고마운 게 쌓였으면 이유 없이 한번 말해봐. 쪽지 한 줄이면 돼.
생일까지 기다리지 마. 동아리방 애들 컵 밑엔 요새 가끔 쪽지가 있어. 이제 다들 서로한테 넣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