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동아리방에 와서 칼손한테 작은 상자를 내밀었어. 생일도 아닌데.
칼손이 열어보니까 모래시계가 들어 있더라. 손바닥만 한 거. 모래가 파란색이었어.
칼손이 이게 뭐냐고 물었어. 불나방이 웃으면서 그러더라.
불나방 삼 분짜리야. 폰 열고 싶을 때 뒤집어.
다들 왜 모래시계냐고 물었어.
불나방이 그러더라. 칼손이 폰을 너무 자주 연대. 열고 싶으면 바로 연대.
그래서 그 사이에 삼 분만 두면 좋겠대. 모래 떨어지는 거 보면서 기다리면, 다 떨어졌을 때 안 열고 싶을 수도 있잖아.
그 말 듣고 좀 감동했어. 불나방이 칼손을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
칼손이 그날부터 모래시계를 써봤어.
폰을 열고 싶으면 모래시계를 뒤집어. 그리고 모래가 떨어지는 걸 봐.
삼 분이 생각보다 길대. 처음엔 모래가 다 떨어지자마자 폰을 열었대.
근데 며칠 지나니까 달라졌대. 모래 다 떨어지고 나면 그냥 폰을 안 열게 될 때가 있대.
칼손 삼 분이면 마음이 좀 바뀌더라.
생각해보면 칼손이 힘든 건 기다리는 거였잖아. 그래서 늘 먼저 나가고 먼저 열었어.
근데 모래시계는 기다리는 시간을 손에 쥐여주는 거야. 눈으로 볼 수 있게.
모래가 떨어지는 게 보이니까 기다림이 끝이 있다는 게 느껴지는 거라니까. 무한정 기다리는 게 아니라 삼 분만.
돌부처 나도 하나 줘. 나는 한 시간짜리로.
돌부처는 원래 잘 기다리니까 한 시간짜리가 맞대. 다들 웃었어.
나중에 불나방한테 물어봤어. 그거 어떻게 생각해냈냐고.
불나방이 그러더라. 칼손 손바닥 점 일곱 개 보고 생각했대. 점 말고 다른 걸로 기다리게 해주고 싶었대.
문구점 돌다가 발견했대. 칼손이 좋아하는 그 문구점.
너도 불안한 친구한테 뭘 주고 싶으면 비싼 거 말고 기다리는 시간을 줘봐. 모래시계든 뭐든.
그 친구가 삼 분 동안 숨 돌릴 수 있게. 동아리방 칼손 책상엔 파란 모래시계가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