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칼손이 의자를 좀 세게 끌었거든. 끼익, 하고. 늘 나는 소리야.
근데 불나방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어. 좀 조용히 하라고.
방이 얼어붙었지. 불나방은 그런 걸로 화내는 애가 아니거든. 오히려 제일 시끄러운 애잖아.
칼손 미안.
근데 이상하게 아무도 불나방한테 뭐라고 안 하더라. 칼손도 그냥 사과하고 앉았어.
다들 알았던 거야. 그날 불나방 폰 화면이 어땠는지.
아침부터 말수가 적었고, 점심도 반 넘게 남겼거든. 그런 날은 의자 소리 하나가 크게 들리는 거라니까.
생각해보면 그런 날은 마음이 꽉 찬 컵 같아. 물이 끝까지 차 있으면 한 방울만 더 들어가도 넘치잖아.
의자 소리가 문제였던 게 아니라 이미 꽉 차 있었던 거야. 칼손은 그냥 마지막 한 방울이었던 거고.
그러니까 그 화는 칼손한테 낸 게 아니라 하루 종일 쌓인 거한테 낸 거더라.
돌부처 칼손이 운이 없었네.
불나방은 화내고 나서 밖으로 나갔어. 다들 조용히 기다렸어.
십 분쯤 지나서 돌아왔는데 손에 우유가 하나 있더라. 그걸 칼손 자리에 말없이 놓고 자기 자리로 갔어.
칼손이 우유를 보고 피식 웃었어. 그리고 빨대를 꽂았지. 그게 화해였어.
말 한 마디 없었는데 다 풀렸다니까.
나중에 불나방이 그러더라. 화내고 나서 자기가 너무 싫었대.
나는 그랬어. 예민한 건 네가 나빠서가 아니라 마음이 꽉 차서 그런 거라고. 그리고 우유 사 온 게 너잖아.
터지는 건 누구나 터져. 근데 다시 돌아와서 우유 놓는 애는 많지 않거든.
불나방 다음엔 초코우유 사줄게.
너도 요새 사소한 거에 자꾸 화가 나면 마음이 꽉 차 있는지 한번 봐. 네 탓이 아닐 수도 있어.
그리고 터졌으면 다음 날 우유 하나면 된다니까. 동아리방은 그런 날도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