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한테 오늘 기분 어떠냐고 물으면 이상한 대답이 와.
"흐림."
처음엔 바깥 날씨 얘기인 줄 알았어. 근데 밖은 맑았거든.
돌부처는 기분을 날씨로 말하는 애였던 거야.
돌부처 오늘 흐림.
몇 주 지켜보니까 돌부처 날씨가 몇 개 있더라.
"맑음"은 괜찮은 날. "흐림"은 좀 가라앉은 날. "비"는 진짜 안 좋은 날.
그리고 가끔 "흐리고 가끔 해" 같은 것도 있어. 그건 안 좋은데 좀 나아질 것 같은 날이래.
다들 그걸 외웠어. 돌부처가 "비"라고 하면 다들 조용히 과자를 밀어줘.
돌부처한테 물어봤어. 왜 기분을 날씨로 말하냐고.
돌부처가 그러더라. 기분이라고 하면 이유를 물어보잖아. 왜 안 좋냐고.
근데 날씨라고 하면 이유를 안 물어본대. 비 오는 데 이유가 어디 있냐. 그냥 오는 거지.
그 말 듣고 좀 감탄했어. 돌부처가 말은 적어도 생각은 깊은 애였던 거야.
칼손 나도 날씨로 말할래. 이유 묻는 거 싫어.
그리고 돌부처가 하나 더 말해줬어. 날씨로 생각하면 지나갈 거라는 게 느껴진대.
비는 계속 안 오잖아. 언젠가 그쳐. 흐린 날도 언젠가 개고.
그러니까 오늘 기분이 비여도 내일은 다를 수 있다는 거야. 기분이라고 하면 계속될 것 같은데 날씨라고 하면 지나갈 것 같대.
우리 방 애들한테 그게 진짜 필요한 생각이라니까. 안 좋은 날이 영원할 것 같을 때.
그 뒤로 우리 방에선 다 같이 날씨로 말해. 아침에 들어오면 "오늘 날씨?" 하고 물어.
불나방은 늘 "맑음"이래. 근데 목소리가 작으면 사실 흐림인 거 다들 알아.
칼손은 "흐리고 가끔 해"를 제일 많이 써. 그게 칼손 기본 날씨래.
불나방 맑음! 근데 좀 구름 있음.
너도 요새 마음이 계속 비면 그냥 비라고 해. 이유 안 말해도 돼.
그리고 비는 그친다는 거 기억해. 동아리방은 비 오는 날에도 열려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