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혼자 어디를 다녀왔다고 하네요. 밤에 통화를 했는데 사진이 한 장도 없다더라고요.
찍을 생각을 안 했대요.
얘기를 듣는데 순서가 좀 달랐어요.
어디에 갔는지는 짧게 말하고, 어디서 오래 앉아 있었는지를 길게 말하네요. 무슨 벤치가 있었고 거기서 몇 시간을 있었다는 식으로요. 보통 여행 얘기랑은 반대인걸요.
혼자 가는 사람은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자기를 기다리지 않는 시간을 사러 간다.
혼자면 밥 먹을 때 어색하지 않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처음 하루는 그랬는데 그다음부터는 괜찮았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도 자기를 모르는 데 있으니까 신경 쓸 게 없었대요. 그 말이 오래 남더라고요.
사진이 없으니까 얘기로만 남는 셈이지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자세한걸요. 사진이 있으면 그걸 보여주면서 짧게 말하고 넘어갈 텐데요. 보여줄 게 없으니까 다 말로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앉아 있던 자리까지 나오는 겁니다.
저는 어디를 가면 일단 찍어두는 편이네요.
나중에 보려고요. 그런데 찍어둔 걸 다시 열어본 적은 별로 없네요. 찍는 동안 그 자리를 덜 보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얘기를 다 듣고 나서 같이 가자는 말이 나오려다 말았어요.
혼자 갔던 얘기를 하는데 다음엔 같이 가자고 하면 그게 좀 어긋나는 것 같아서요. 그 여행의 값이 혼자였다는 데 있었을 텐데요. 그래서 그냥 좋았겠다고만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한 번 해봤어요.
가까운 데를 다녀오면서 아무것도 안 찍었습니다. 손이 몇 번 주머니로 가긴 했는데 참았고요. 돌아와서 보니 남은 게 없는데도 그날이 꽤 자세히 기억나네요.
찍는 동안 덜 보고 있었다는 게 그때 좀 이해가 됐습니다.
남길 게 없는 여행도 그 사람 안에는 다 있는 것 같아요.
사진이 없어도 벤치 얘기를 몇 년 뒤에도 하겠지요. 오늘 아무것도 안 남기고 어디를 다녀오셨다면, 그것도 충분히 남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