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밤에 전화를 해서 부모님과 다시 살기로 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이유를 세 번쯤 다시 설명하더라고요. 제가 묻지도 않았는데요.
세 번째 설명을 들으면서 알았어요.
저를 설득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자기한테 하고 있었던 거지요. 아직 스스로도 완전히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말로 붙잡고 있는 겁니다.
이유를 여러 번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자기를 설득하는 중이다.
보통 이럴 때 잘했다고 해주지요.
그런데 그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잘했다고 하면 그 결정이 좋은 것으로 정해져 버리고, 나중에 힘들어질 때 그 애가 말을 못 꺼내게 될 것 같아서요. 대신 언제 옮기냐고만 물었는걸요.
짐은 어떻게 옮기는지, 방은 어디를 쓰는지 같은 걸 물었어요.
그러니까 목소리가 좀 편해지더라고요. 큰 얘기는 무거운데 짐 얘기는 그냥 할 수 있는 거고요. 그날은 그 정도가 맞는 것 같더라고요.
돌아보면 그 애도 그 부모님도 다 조정이 필요하겠지요.
혼자 살던 사람이 다시 들어가는 것도, 둘이 지내던 집에 한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요.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가 한 줄로 안 정해지는 종류의 일이네요.
지금은 아무것도 안 물어보려고 하는걸요.
몇 달 지나서 한 번 물어볼 생각이에요. 그때쯤이면 지금 하는 설명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지가 나오겠지요. 그때 듣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돌아보면 저도 큰 걸 정하고 나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 적이 있어요.
그때 누가 잘했다고 하면 잠깐 편했는데, 나중에 힘들어졌을 때 그 말 때문에 아무한테도 못 말했습니다. 이미 잘한 걸로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을 아껴두는 편이 됐네요.
설명을 여러 번 한다는 건 아직 본인도 정리 중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럴 때는 판정을 안 해주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오늘 누가 큰 결정을 전해왔다면, 잘했다는 말보다 언제냐고 물어보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