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한테서 답이 늘 늦었네요. 몇 달 그랬어요.
그러다 밤에 통화를 했는데 요즘 가족을 돌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답장 시간을 다시 봤습니다.
보니까 답장이 늘 새벽 두 시에서 네 시 사이였어요.
그 시간에만 손이 비었던 거군요. 저는 그동안 왜 이렇게 늦게 답을 하나 싶었고요. 몰랐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거지요.
사람의 사정은 말보다 먼저 시간표에 나타난다. 다만 그것을 읽으려면 알고 봐야 한다.
통화 중에도 힘들다는 말은 거의 안 하더라고요.
상황만 담담하게 설명하더라고요. 물어보면 대답하고 안 물어보면 안 하고요. 자기 얘기를 길게 할 기운도 없는 것 같았어요.
듣고 나서 제일 답답한 게 그거였어요.
멀리 살아서 가서 도울 수도 없고, 그 일을 대신할 수도 없어요. 뭘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지키지 못할 말이 될 것 같았고요.
힘내라는 말은 안 했는걸요.
그 말은 듣는 쪽에 뭘 더 하라는 뜻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미 최대로 하고 있는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겠지요. 대신 밥은 먹고 있냐고만 물었어요.
그 뒤로 저는 가끔 짧게 보냅니다.
답 안 해도 된다는 말을 앞에 붙여서요. 그러면 그 애가 답을 못 해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저는 계속 보낼 수 있고요. 답이 오면 반갑고 안 와도 괜찮은 형태로 만들어둔 셈이네요.
한참 뒤에 그 애가 그러더라고요.
그때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그냥 보내준 게 편했다고요. 대단한 말을 못 해서 미안했는데 그게 오히려 나았던 셈이군요.
오늘 연락이 뜸해진 사람이 있으시면, 답 안 해도 된다는 말을 붙여서 한 줄 보내보셔도 좋겠네요.